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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 한국인 가장 많이 물렸다? "1억 넘게 못 빼다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 연합뉴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 연합뉴스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 이용자 중 한국인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해외 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국내 투자자의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개인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웹사이트 분석업체 ‘어스웹’이 지난 8월 기준 FTX 거래소를 방문한 이용자의 국적을 분류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한국(6.21%)이었다. 싱가포르(5.26%), 독일(4.2%), 러시아(3.66%), 일본(3.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른 웹사이트 분석업체 ‘시밀라웹’은 지난 8~10월 FTX 사이트에서 발생한 트래픽 중 한국(6.01%)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일본(7.01%)이 가장 높았고 독일(5.38%)과 싱가포르(4.95%)가 3·4위를 차지했다. 미국인은 FTX가 아닌 FTX.US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스웹과 시밀라웹의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순위나 비중은 분석업체나 조사 시기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한국 이용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유사하다. 모바일 데이터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FTX 모바일 앱의 일일 이용자 수는 약 8300명이다. 업계에선 이를 근거로 PC 접속 이용자까지 합쳐 하루에 1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접속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FTX 거래소를 이용하다가 투자금을 빼지 못한 한국인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15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전업 투자자 A씨는 “투자금의 대부분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때는 주로 가장 큰 곳인 바이낸스를 이용하는데 약 2000만원 정도 FTX에도 있었다”며 “FTX에서만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이나 파생상품이 있어서 이용했는데 대형 거래소에서 갑자기 출금이 안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인 B씨도 지난 12일 개인방송에서 “FTX의 파산 신청으로 총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빼지 못했다”며 “매매하다가 손해를 봤으면 내 잘못이니까 납득하는데 거래소가 파산 신청을 했다고 하니 처음엔 믿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코인 투자자 대다수는 국내 거래소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FTX에 한국인 접속자 수가 많다고 실제로 투자한 한국인이 많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일부 고위험 투자자는 국내 거래소에 없는 다양한 코인과 파생상품을 FTX에서 거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해외 시세 조회를 위해 접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시세 차익,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보유한 코인의 일부를 해외 거래소의 전자지갑에 보관하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FTX의 파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는 요원해 보인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부채 규모가 최대 500억 달러(66조2000억원)에 달해서다. 블룸버그는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간) “대형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마저 FTX에 투자한 1억 달러(약 133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FTX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본사가 있는 바하마의 규제 기관과 법규정에 따라 바하마에서는 현재 출금이 가능한 상태”라고 알렸다.

CNBC는 지난 12일 “일부 FTX 이용자가 바하마 거주자의 도움을 받아 투자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하마 거주자가 투자금을 FTX에서 인출해주면 그 대가로 도움을 받은 이용자는 바하마 거주자의 NFT를 비싼 가격에 구매해주는 거래 패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검찰의 수사망에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이 FTX와 사태의 진원지인 알라메다 리서치, 샘 뱅크먼-프리드 등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FTX의 본사는 바하마에 있지만 뱅크먼-프리드가 알라메다의 빚을 갚기 위해 사용한 FTX에 예치한 이용자의 자금 중 미국인의 돈이 있거나, 미국의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이 이동한 경우 등 불법 행위의 일부가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미국 수사기관이 조사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FTX 사태가 일부 업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FTX의 유동성 위기 발생 전인 지난 5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2만1000 달러를 웃돌았는데, FTX의 파산 신청 전날인 지난 10일에는 1만5840달러까지 폭락했고, 이후 소폭 회복해 15일엔 오후 3시 기준 1만6600 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FTX 파산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용자에게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불안한 이용자들이 대거 자금을 인출해 추가 코인런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FT는 “코인 업계의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지난 10~13일에 약 30억 달러(3조9300억원)의 환매가 발생하는 등 암호화폐 시장에서 많은 이용자가 자금을 빼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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