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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65층, 잠실 50층…규제 풀렸다, 초고층 재건축 꿈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시범아파트가 최고 65층 2500가구로 재건축된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시범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시범아파트가 최고 65층 2500가구로 재건축된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시범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강변과 맞닿아 있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 1978년 준공된 이 중층(12층) 단지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다. 신반포2차 재건축 조합은 신통기획안에 아파트를 최고 49층으로 짓는 설계를 담았다. 김영일 조합장은 “층수가 올라가면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를 피할 수 있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변 단지인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도 초고층 재건축을 계획 중이다. 재건축 조합은 조만간 최고 35층으로 짓는 사업시행 계획안을 구청에 신청할 계획이지만, 층수 규제가 풀리면 최고 47층으로 변경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에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잇따른다. 특히 한강을 낀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용산구 이촌동, 서초구 잠원동 등에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시의 규제 완화가 계기가 됐다. 시는 층수 제한 폐지 등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법정 계획이다. 현재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 수립된 ‘2030 기본계획’을 따른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는 35층 이하, 한강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제한됐다. 56층짜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와 성수동 트리마제(47층)는 층수 제한 전에 세워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층수가 완화되면 병풍 같은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도시 경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고층 설계안이 서울시 문턱을 넘은 점도 한몫했다. 지난 2월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최고 50층)를 시작으로 여의도 공작(8월·49층), 시범아파트(11월·65층)의 초고층 재건축안이 확정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아직 2040 기본계획 시행 전이지만, 재건축 조합들은 여의도 시범 등 사례를 통해 사실상 층수 제한이 풀린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합들 사이에선 초고층 건립을 담은 재건축 계획안을 내놓거나, 이미 만든 계획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양재천 방면으로 최고 49층 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은마와 압구정 3구역,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연말에 층수 제한이 풀린 뒤 초고층 재건축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한강맨션 시공권을 따낸 GS건설은 층수 제한 해제를 전제로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한 설계안을 내놨다. 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68층 재건축에 대한 주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층수 규제를 푼다고 모두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의 지역별 특성에 따라 층수를 검토할 것”이라며 “주변에 저층 주거지가 많거나 경관적으로 민감한 지역은 50층을 허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들도 초고층 재건축을 쉽게 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가 용적률 상한 규제는 손대지 않기로 해서다. 현행 법규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할 때 용적률은 최대 300%(기부채납 시)까지 가능하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용적률 완화 없이는 가구 수를 늘리기 어려워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공사비도 치솟았다. 게다가 50층 이상의 아파트를 지으려면 안전 설계 등으로 공사비가 더 든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규제도 걸림돌이다.

이런 초고층 재건축 바람이 집값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아파트 매수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통기획안이 통과된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79㎡ 매도 호가는 18억원이다. 지난해 10월 거래가격(20억1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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