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수명 절반으로 짧아졌다"…집단실종 미스터리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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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한 양봉농가에서 집단 폐사한 꿀벌들. AP=연합뉴스

칠레의 한 양봉농가에서 집단 폐사한 꿀벌들. AP=연합뉴스

꿀벌의 수명이 50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되는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곤충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외부 변수를 통제한 실험실 환경에서 자란 벌의 수명이 1970년대보다 짧아진 현상을 관찰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실험실에서 사육 중인 꿀벌들. 앤서니 니어맨

실험실에서 사육 중인 꿀벌들. 앤서니 니어맨

연구팀은 꿀벌 번데기를 수집해 인큐베이터(부화 장치)를 거쳐 실험실 우리 안에서 성체로 사육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꿀벌의 수명이 1970년대 비슷한 실험에서 자란 꿀벌의 수명보다 절반가량 짧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197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34.3일이었지만, 현재는 17.7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과는 무관하게 꿀벌의 수명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꿀벌의 수명이 줄어드는 건 꿀벌의 개체 수와 꿀 생산량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꿀벌의 수명이 절반으로 단축된 것이 양봉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약 33%의 손실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4년간 양봉업계가 매년 30~4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고와 매우 유사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올봄 꿀벌 78억 마리 ‘집단 실종’  

광주 서구 서창동 한 양봉장에서 한 양봉업자가 벌통에서 소비 한장을 꺼내 들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130통에서 사는 꿀벌이 집단폐사해 4천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뉴스1

광주 서구 서창동 한 양봉장에서 한 양봉업자가 벌통에서 소비 한장을 꺼내 들고 있다. 해당 농장에서는 130통에서 사는 꿀벌이 집단폐사해 4천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뉴스1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꿀벌 집단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06년 꿀벌 집단이 갑자기 실종되는 ‘군집 붕괴’ 현상이 2006년부터 보고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응애류와 같은 해충, 농약 중독, 새로운 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뚜렷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봄에 수많은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한꺼번에 자취를 감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꿀벌이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집(벌통)으로 돌아오지 않고 사라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월동 봉군(벌무리) 약 39만 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한 통에 평균 2만 마리씩, 총 78억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도 월동 기간을 앞두고 벌통이 비는 꿀벌 실종 현상이 일부 양봉 농가에서 관찰되고 있다.

꿀벌 실종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이유 

경기도 평택시 농업생태원에서 꿀벌들이 활짝 핀 코스모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농업생태원에서 꿀벌들이 활짝 핀 코스모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꿀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꿀벌의 실종은 인류에게도 치명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주는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대부분의 견과류와 과일, 채소 등의 생산도 감소해 세계적인 식량난을 야기할 수 있다.

꿀벌의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국과 다른 나라 꿀벌의 수명 추세를 비교하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전적 요인 등 수명이 줄어드는 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앤서니 니어맨은 “우리는 꿀벌을 성체가 되기 전인 번데기 상태일 때 벌집에서 분리해 실험실에서 사육한 만큼 꿀벌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은 그 시점 이전에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유전자가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이 맞는다면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더 장수할 수 있는 꿀벌 종을 개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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