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뇌물·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최측근인 정진상(54)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소환했다. 정 실장은 성남시·경기도에서 근무하면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장동 사업자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그에 따른 배당금 700억원을 받기로 약정한 혐의(부정처사후 수뢰)도 받고 있다.
특히 정 실장의 위례신도시 사업자 ‘공모 전 내정’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직접 연루된 만큼 정 실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정 실장의 이력을 자세히 열거하면서 정 실장이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진상 비공개 소환조사…혐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15일 오전부터 정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사전에 검찰에 비공개 소환을 요청, 이날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갔다. 이날 정 실장의 조사에는 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A 변호사도 함께 입회했다.
지난 9일 집행된 검찰의 정 실장 압수수색영장에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과 형법상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정 실장이 사업자 선정 등 대장동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49) 변호사 등에게 1억4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2015년부터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57)씨의 대장동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 700억원(세후 428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게 핵심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 씨가 약정한 돈을 주지 않자 “이 양반 미쳤구만”이라며 20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700억 약정설'에 대해 물적 증거를 포함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정진상 구속 초읽기…李 수사 길목될까
정 실장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사업구조·출자금·배당비율 등을 적시한 공모지침서를 민간업자들이 작성하도록 용인해 사업자 선정에 관여, 업무상 비밀을 이용하는 등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이 외에 지난해 9월 검찰 압수 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형, 지금 압수 수색을 나온 것 같다”라고 하자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이날 정 실장의 소환조사가 이 대표 조사로 가는 ‘길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업무상 비밀이용과 관련해 검찰은 “성남시장 이재명과 피의자(정진상)가 남욱 등을 사업자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적시, 이 대표를 직접적인 승인 주체로 봤다. 특히 검찰 압수수색 당시 민주당이 당사 셔터를 내린 채 약 3시간가량 영장 집행을 저지했던 데다, 정 실장의 컴퓨터 운영체제가 최근 새롭게 설치된 만큼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번 주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재명·정진상, “삼인성호로 없는 죄 만들어”
이재명 대표는 정 실장의 압수 수색 영장에 대해 “야당 탄압을 위한 검찰의 조작수사가 점입가경”이라며 “핵심범죄사실이 검찰 입맛대로 바뀌는 괴이한 수사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 역시 “부정한 돈을 받은 일도,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사실도 없다”며 “428억 약정설도, 저수지 운운 발언도 그들의 허구 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다. 검찰이 삼인성호(三人成虎)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검찰은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향후 재판에서 증거를 설명하고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사팀은 민주당이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는 부장검사 2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수사를 진행 중이고 향후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거대 정당에서 구체적 증거 없이 수사팀을 흔드는 부분은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