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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사령탑 이강철 “선수들 서로 뛰려고 한다…태극마크 의미 되새기길”

중앙일보

입력

내년 3월 열리는 2023WBC에서 한국야구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 사진 KT 위즈

내년 3월 열리는 2023WBC에서 한국야구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 사진 KT 위즈

한국야구 역사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란 대회는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무대로 불린다. 영광과 상처의 대비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는 2006년 초대 대회에서 최정예로 나온 종주국 미국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썼다. 이어 2009년에는 값진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KBO리그의 흥행가도를 이끌었다.

그러나 고통도 적지 않게 따랐다. 2013년과 2017년 연속해 1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한때 어느 나라와 맞서도 밀리지 않는 기세를 뽐내던 한국야구도 두 대회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내년 3월 열리는 제5회 WBC는 한국야구의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전환점으로 통한다. 최근 들어 가라앉은 KBO리그의 인기를 되살리고, 실추된 태극마크의 명예를 회복하는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기된 이번 대회는 20개국이 일본 도쿄와 대만 타이중, 미국 피닉스와 마이애미에서 1라운드를 진행한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함께 B조로 편성된 한국은 2위 안으로 들면 그대로 일본 도쿄에서 2라운드를 치른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막중한 의미가 뒤따르는 내년 WBC는 선수와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력을 지닌 이강철(56) 감독이 지휘한다. 만년 최하위 KT 위즈를 2019년부터 맡은 뒤 이듬해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고, 지난해 통합우승의 자리까지 올려놓았던 이 감독은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선임 당시에도 이야기했듯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게 됐다. 한국야구의 부흥을 위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를 우승으로 이끈 당시 선동열 감독과 이강철 투수코치, 류지현 수비코치(왼쪽부터). 사진 KBO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를 우승으로 이끈 당시 선동열 감독과 이강철 투수코치, 류지현 수비코치(왼쪽부터). 사진 KBO

광주일고와 동국대를 거친 이 감독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입문했다. 까다로운 우완 잠수함 유형으로서 해태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2005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152승(역대 4위)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현역 유니폼을 벗은 뒤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등에서 투수코치를 지냈다. 이어 2019년 KT의 제3대 감독으로 부임해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7월 마침내 국가대표 수장까지 오르게 됐다. 오랜 기간 투수코치로 일하며 많은 선수들을 길러낸 점과 우승을 차지했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마운드를 체계적으로 이끈 대목 그리고 KT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선수와 코치, 사령탑으로서 모두 정상을 맛본 이 감독은 “올 시즌 도중 KBO에서 의견을 물어와 ‘맡겨주시면 당연히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던 날이 기억난다. 국가대표 사령탑은 누구나 맡고 싶어 하는 자리 아닌가. 물론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감독직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2023WBC 전체 일정(위)과 한국이 속한 B조 스케줄. 사진 WBC

2023WBC 전체 일정(위)과 한국이 속한 B조 스케줄. 사진 WBC

현재 익산에서 KT의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소속팀 선수들을 지도하는 한편, WBC 대표팀 구성도 마무리 지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기술위원회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조만간 50인 예비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라고 하더라도 WBC 기간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태극마크를 달 선수들이 얼마나 몸을 잘 만들어오느냐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 언급은 피했다. 혹여 엔트리 구성이 바뀔 수 있고, 이름이 먼저 나올 경우 경쟁국 전력분석원들에게 힌트를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혼혈선수는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설명한 뒤 “포수 엔트리는 3명보다는 2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남은 1명은 대주자나 대수비 카드로 쓰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주전포수의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T 이강철 감독(오른쪽)이 KBO리그 통산 300승을 달성한 뒤 기념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KT 이강철 감독(오른쪽)이 KBO리그 통산 300승을 달성한 뒤 기념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안으로 최종엔트리가 확정될 이강철호는 내년 2월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소집된다. 이어 2월 말 잠시 국내로 들어와 숨을 고른 뒤 3월 초 ‘결전의 땅’ 일본 도쿄로 건너가 호주(9일),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과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연속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대표팀의 경기력 약화도 문제였지만, 선수들이 과거처럼 전력을 다해 뛰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7WBC 1라운드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야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7WBC 1라운드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야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WBC는 이야기가 다르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WBC를 기회의 장으로 여긴다. 또, 대우 자체가 다른 대회와는 달라 선수들이 서로 뛰고 싶어 한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 국가대표 선수들에겐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몸을 잘 만들어오라고 말하고 싶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또, 사령탑으로선 침체한 KBO리그의 부흥을 위해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다운 야구를 하고자 한다”면서 “1차 목표는 당연히 2라운드 진출이다. 일본의 전력이 강해 걱정이기는 하지만, 1라운드와 2라운드를 잘 마무리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최대한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는 진심 어린 농담으로 포부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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