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시 "위반 1827건" 시교육청 "224건"…무상급식 같이 감사, 결과는 극과극

중앙일보

입력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합동으로 학교급식 운영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두 기관이 같은 감사에서 다른 결과를 낸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구시가 학교급식 운영실태 위반 사례를 최대치로 높여 무상급식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만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9월 13일부터 16일까지 예비감사, 9월 19일부터 10월 7일까지 3주간 본감사 형태로 감사를 진행했다. 대구시는 자체 감사를 2주 더했다.

대구시 “1827건 위반 사례”…수사의뢰만 96건

대구시는 15일 오전 10시30분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학교급식 운영실태를 발표했다. 대구시 감사 결과 각종 법규위반 사례 358개 학교에서 1827건이 파악됐다. 세부 위반 건수로는 각급 학교 등 1821건,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실 6건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무상급식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보조금 집행계획 등을 누락하거나 제대로 정산하지 않거나 식재료 납품업체가 계약과 다른 배송 차량으로 납품하다가 적발됐다. 또 수의계약을 하지 말아야 할 대상과 수의계약을 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축산물 보관업을 하는 업체로부터 식자재를 받다가 지적됐다.

이에 대구시는 위반 사례 중 96건을 수사 의뢰하고 1건을 고발하는 한편 관련 직원 27명 중 각급 학교 직원 24명은 위반 내용을 시교육청에 통보했다. 대구시 직원(징계 2명 등 3명)은 감사위원회를 통해 문책할 예정이다.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같은 시간 발표를 통해 수의계약 체결 시 제한여부 확인서 미청구, 검수일지 서명 누락, 학교급식 정보 홈페이지 미공개, 납품업체 배송차량 미확인 등 12개 항목에서 224건의 지적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불량식품 납품 등 심각한 비리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224건 위반…심각한 비리 없었다”

이에따라 시교육청은 행정상 처분 204건(기관주의 203건, 통보 1건)과 신분상 처분 20건(주의 19건, 경고 1건)을 내리고 시교육청 차원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각 학교에 안내하기로 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같은 시기 합동으로 학교급식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대구시는 위반 사례가 1827건, 시교육청은 224건으로 발표했다. 판이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는 대구시와 시교육청의 집계 방식이 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시가 통상적인 감사 방식에 따라 한 가지 위반 사례를 1건으로 집계하지 않고 그 위반 행위가 지속된 일수를 따져 하루마다 1건으로 치는 방식으로 집계해서다.

시교육청 측은 “예를 들면 식재료 검수서를 매일 작성하면서 검수확인 서명을 2명 이상 해야 하는데 한 중학교에서 87일간 1명이 서명했다. 이 경우 시교육청은 1건 처분을 하는데 대구시는 87건으로 계산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무상급식 예산을 줄이기 위해 지적 사례를 최대한 부풀려 시교육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선 “홍 시장 정치적 의도 무엇인지 염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상급식 시장은 전국적으로 부패의 사각지대”라며 “지난 경남지사 시절 전교조 출신 교육감과 1년 이상 실랑이 끝에 무상급식 감사를 전국 최초로 실시해 1500건 이상 부정을 적발했다”고 했다.

지난 13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대구 지역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쳐

지난 13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대구 지역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쳐

그러면서 “그걸 좌파들은 아직도 내가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애들 밥그릇 뺏었다고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며 “무상급식 비용은 전국적으로 수조원대에 이르고 부패 카르텔에 넘어가는 검은돈도 수백억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홍 시장은) 무상급식 전체가 부정부패라는 인식을 주며 그 주체는 좌파들의 극성으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장했다”면서 “무상급식 자체가 잘못된 정책처럼 몰아가려는 홍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염려되며, 아이들의 밥그릇까지 정치적·진영적 논리로 끌어가려는 것이 참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