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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초 모임 후 몸풀기... 2선 후퇴 장제원 또 전면 등판한 배경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갑작스런 ‘2선 후퇴’ 선언 이후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 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야권의 공세가 강화되자 “소수 여당의 자존심”(지난 10일)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두 달 반 만에 다시 정치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그는 ‘스피커 출력’을 높이고 있다. 장 의원은 14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협상에 관한 의견을 구하려 소집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에게 “아무런 답변도 못 듣는 국정조사는 정치공세의 장일 뿐”이라며 “민주당의 행태가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협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분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 국정조사에 어떻게 우리가 합의를 하나”라며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수용할 수 없다.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중진) 의원들의 만장일치”라고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권은희 의원)고 나중에 정정하긴 했지만 국민의힘 중진 그룹의 주류 의견이 “국정조사 반대”라는 걸 만장일치란 표현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주호영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3선 이상 의원 중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주호영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3선 이상 의원 중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개월여 휴화산 상태였던 장 의원이 특유의 화력으로 다시 활화산이 된 건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의 ‘친윤 역할론’ 때문이라는 게 주변 의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이른바 ‘장제원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한데 모여 저녁 식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 장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반드시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해당 자리에 참석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에 대통령 보호 세력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를 자꾸만 ‘충성 경쟁’이나 계파 논쟁으로만 몰아가는 건 지나친 일”이라면서 “당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 줘야 대통령도 국정 운영에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민주당이 마약 음모론까지 펴는 등 국정 발목잡기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전당대회를 너무 늦추는 것도 대통령을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악수하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장 의원 주변에서는 여당의 조속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년 3월 전대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당내 강한 기류, 이런 것들이 표출되지 않으면 원내대표가 어떻게 야당과 협상을 하겠나”라며 “당의 강한 기류를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박홍근 (민주당) 대표와 협상하면 훨씬 더 협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 쪽지 논란을 일으킨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퇴장시킨 주 원내대표를 장 의원이 공개 비판한 지 사흘만에 ‘지렛대론’을 편 것이다. 여권에선 “주 원내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설이 불거지면 손해보는 건 결국 정부·여당이기 때문에 장 의원이 갈등설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총선 공천권을 갖는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 의원이 보폭을 넓히는 걸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선 후퇴를 선언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았다”(여권 인사)거나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과의 갈등 재현이 불 보듯 뻔하다”(수도권 중진) 식의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장 의원은 이날 ‘주 원내대표와 따로 연락을 주고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늘 소통한다”면서 “유승민 전 의원 식의 애정 없는 비난이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 의원 본인의 비판은 ‘애정이 담긴’ 쓴소리라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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