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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관행 뒤집은 기재부…'낡은 집' 양도세 1억→10억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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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을 거쳐 카페로 리모델링한 한옥.

용도변경을 거쳐 카페로 리모델링한 한옥.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용도변경 양도세 기준 해석 파장

요즘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뜨는 구도심 내 이색 거리 조성이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 카페·옷가게·음식점 등 리모델링 특수를 누리던 낡은 단독주택 시장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법령 해석이 뒤집어져서다.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는 “매매특약에 따라 잔금 청산 전 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할 때 양도 물건의 판정 기준일이 양도일(잔금청산일)이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법령 해석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기재부는 “21일 이후 매매계약 체결분부터 양도일 현재 현황에 따라 양도 물건을 판정하라”고 덧붙였다.

양도일이 양도 물건 판정 기준일  

국세청 질의는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특약에 따라 잔금청산 전에 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한 경우 1세대 1주택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및 다주택자 중과 세율 적용 여부 등을 판정하기 위한 양도 물건의 판정 기준일이 매매계약 체결일인지, 양도일인지”였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하면 주택 양도세가 적용되지만 양도일 기준에서는 주택이 아닌 상가를 파는 것이어서 1주택 비과세 등을 적용받지 않고 일반 건축물 양도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이 질의하며 첨부한 사례를 보면 매도자가 유리한 날로 세금을 신고했다. 1주택자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해야 비과세와 1주택자의 높은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적용받는다.

다주택자는 양도일 기준으로 상가로 팔면 주택이 아니어서 다주택자 중과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양도세 관련 법령을 따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법에는 양도 시기가 대금을 청산한 날로 나와 있다.

"매매특약 있으면 계약일로 따져야"  

하지만 기재부 답변이 매매특약을 둔 계약의 경우 계약일로 할 수 있다는 기존 해석과 배치돼 논란을 낳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4월 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한 매매에서 잔금 지급일 기준으로 주택이 아닌 상가로 양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기각했다. 과세관청은 매매계약일 기준에 따라 주택으로 과세했다.

심판원은 계약 후 잔금 지급일 전에 상가로 용도변경하기로 한 매매특약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2000년 심판원은 매매특약에 따라 상가로 용도변경해 판 1세대 1주택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은 국세청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1주택 비과세 대상 여부는 양도일을 기준으로 판정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심판원은 매매특약이 있는 경우 잔금 청산이 아닌 계약 당시 현황으로 결론지었다.

비슷한 예로 멸실 논란이 있다. 계약 후 잔금 청산 전에 건물을 허물어 멸실하는 특약을 둔 매매계약에서다. 국세청 질의회신을 보면 1995년 이후 줄곧 1세대 1주택자가 매매특약에 따라 양도일 전 멸실하더라도 계약일 기준을 적용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줬다. 양도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토지를 판 것이어서 1주택 비과세 대상이 아니다.

소득세법 기본통칙도 1세대 1주택 비과세 판정은 양도일 현재를 기준으로 하지만 계약 후 양도일 이전에 매매특약에 따라 주택을 멸실한 경우에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과세 혜택 사라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줄어

달라진 기재부 해석의 후폭풍이 거세다. 도심에 오래된 주택을 갖고 있던 1세대 1주택자가 세금 날벼락을 맞게 됐다.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1주택자 비과세에 적용되는 공제율보다 훨씬 낮은 공제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자료: 국세청

자료: 국세청

30년 전에 다가구주택을 2억8000만원에 구입해 살던 1주택자가 매매특약에 따라 양도일 직전 상가로 용도변경해 32억8000만원에 판 경우 기존에는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아 양도세가 1억4000만원이다. 이제는 12억원까지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율도 80%에서 30%로 뚝 떨어져 양도세가 7배인 9억7000만원이다.

연남동에 30년 가까운 집을 가진 박모씨는 “수십년간 살아온 집을 불과 며칠 용도변경했다고 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단독주택을 구입해 상가로 리모델링하려던 매수자도 세금 불똥을 맞는다. 잔금을 치르고 취득한 날 기준으로 보면 주택이 아닌 상가여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와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피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매도인이 1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보기 위해 용도변경하지 않고 주택으로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면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구도심 변신이 어려워진다. 서울 인사동·북촌·익선동·연남동 등 이색 거리가 대개 이런 상가 용도변경 매매특약을 거쳐 조성됐다.

유주택자 취득세 중과, 담보대출 못 받아  

연남동 등에서 거래된 단독주택 대부분 계약일과 양도일 사이에 상가로 용도변경했다. 카페·음식점 등으로 꾸미려는 사람이 대개 기존 주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택으로 구입하면 취득세가 2배(8%)로 중과되고 대출을 받지 못한다.

연남동 2층짜리 단독주택 거래 사례을 보면 지난 5월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8월 초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한 뒤 8월 중순 잔금을 치렀다. 매수인이 유주택자이지만 거래금액의 70% 정도인 20여억원을 대출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취득세를 많이 내야 하고 대출도 받지 못하는데 오래된 집을 구입해서 리모델링할 엄두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바뀐 해석 이후 거래가 잇따라 깨지고 있다”며 “도심 낡은 주택가 노후화가 심해지는 사회 문제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양도일 현재 주택으로 쓰면  

그런데 기재부의 새 해석을 적용하더라도 1주택자 비과세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세무사들은 말한다. 상가 등으로 용도변경한 뒤에도 양도일까지 거주하며 주택으로 사용하면 주택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양도세가 실제 용도를 따지는 실질과세여서 양도일 현재 주택으로 사용했다는 증명을 하면 주택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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