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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와이파이 통화기술 특허…GIST, 등록금대비 장학금 1위 [2022 대학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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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연과학·공학 계열 평가

울산과학기술원 중앙기기분석실 안에 위치한 나노 팹에서 연구 중인 모습. 사진 UNIST

울산과학기술원 중앙기기분석실 안에 위치한 나노 팹에서 연구 중인 모습. 사진 UNIST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UNIST(울산과학기술원)엔 국내 최첨단 반도체 연구시설 ‘나노 팹’(Nano fab)이 있다. 1000㎡(약 301평) 크기의 연구실은 필터를 이용해 나노 크기의 먼지도 떠다니지 못하는 '수퍼클린룸' 상태를 유지한다. 반도체 전체 생산 공정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이곳에서 교수들은 우수한 연구용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새로운 물질을 첨가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패로브스카이트. 패로브스카이트란 화학식이 ‘CaTiO3’인 물질로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을 가지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 산화물이다. 사진 UNIST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새로운 물질을 첨가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패로브스카이트. 패로브스카이트란 화학식이 ‘CaTiO3’인 물질로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을 가지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 산화물이다. 사진 UNIST

나노 팹은 저명한 국제학술지 논문의 산실이 됐다. 반도체 소자를 미세하게 만드는 신현석 화학과 교수의 논문은 네이처지에 실렸고, 반도체 소자를 원하는대로 배열할 수 있게 하는 권순용 신소재공학부 교수의 논문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UNIST 중앙기기센터에는 나노 팹과 같은 첨단 연구시설이 분야별로 7개 더 있다.

2022 중앙일보 대학평가 계열평가에서 UNIST는 자연과학 4위, 공학 6위에 올랐다. 특히 이공계열 평가 핵심 지표인 국제학술지 논문 피인용에서 자연계열 1위, 공학 2위를 기록했다. 2009년 개교 당시 젊은 나이였던 UNIST 교수들은 이제 연구자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김진영 연구처장은 “UNIST가 비수도권 대학이지만 우수한 교수들이 모인 이유는 최고의 연구 환경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연과학은 카이스트, 공학은 포스텍 1위

중앙일보는 종합평가와 별도로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 4개 계열별 평가도 진행한다. 52개 평가 대상 대학 중 각 계열의 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인 곳이 계열평가 대상이다. 올해 자연과학 계열은 39개, 공학 계열에선 47개 대학을 평가했다.

자연과학 계열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지난해에 이어 1위다. 이어 포스텍(포항공대)이 2위였고 성균관대·UNIST·고려대(서울) 순이다. 공학 계열은 지난해 2위였던 포스텍이 1위를 탈환했다. KAIST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성균관대·한양대(서울)가 공동 3위다.

KAIST는 자연과학, 공학 모두 교수 연구 성과가 최상위다. 특히 교수당 기술이전 1위, 산학협력 수익 2위로 기술 사업화가 활발했다. 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이 자연과학 계열 3위, 공학 6위로 논문의 질도 높았다.

지난달 19일 오후 1시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전 교수처럼 기술 사업화에 힘쓴 교수가 많은 KAIST는 올해 자연과학 계열 1위에 올랐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19일 오후 1시 전상용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전 교수처럼 기술 사업화에 힘쓴 교수가 많은 KAIST는 올해 자연과학 계열 1위에 올랐다. 편광현 기자

조동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 이동통신사인 AT&T에서 특허사용료를 받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처럼 국토가 넓어 통신망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와이파이로 통화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 이해신 화학과 교수는 사과에서 볼 수 있는 갈변 효과를 활용해 머리카락을 까맣게 만드는 '모다모다' 샴푸를 만들어 수입을 창출했다. 최성율 기술가치창출원장은 "KAIST는 2031년까지 세계에서 기술 사업화 매출이 가장 높은 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창업을 강조하는 포스텍은 학생교육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대학 학생창업팀은 창업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교내 창업팀 홍보에도 적극 나선다.

2022 CES에 시제품을 출시한 플라스크 직원들과 포항공대 교직원들이 행사장에 있는 모습. 사진 포스텍

2022 CES에 시제품을 출시한 플라스크 직원들과 포항공대 교직원들이 행사장에 있는 모습. 사진 포스텍

2020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학부생이던 이준호씨가 창업한 기업 플라스크는 학생창업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시제품을 선보였다. 초보자도 웹캠으로 게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창업팀의 노력 덕에 네이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의 후원을 받았다.

포스텍은 평가대상 대학 중 과학기술교수 1명당 산학협력 수익이 가장 많다. 국내 9개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일체 연구센터 덕이다. 이 대학은 산학협력, 기술이전 성과를 토대로 자연과학·공학 계열 모두 교수연구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우수한 교육여건 GIST, 면역치료제 기술 이전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자연과학·공학 계열에서 교육여건이 가장 좋은 학교로 꼽혔다. GIST는 신입생 전원을 국가장학생으로 선발한다. 학부생 기준 등록금의 약 3분의 2를 장학금으로 받고, 연 110만원의 별도 장학 혜택을 부여한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교육비 모두 1위다.

GIST는 기술이전 건당 수입액이 3위다. 그만큼 교수들이 기업에 이전한 기술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안진희 화학과 교수가 LG화학에 이전한 면역 치료제 기술, 김재일 생명과학부 교수가 제약회사에 넘긴 신약후보물질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항공 특화’ 한국항공대, ‘바퀴보다 빠른 로봇’ 국민대

대학이 나서서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한 곳도 있다. 한국항공대는 자연계열 유지취업률 4위다. 항공운항학과, 항공우주공학과 등을 졸업한 학생들이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질 좋은 일자리로 취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오후 1시 경기도 고양시 한국항공대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관제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1시 경기도 고양시 한국항공대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관제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14일 찾은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강의실은 인천공항 관제실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실습생 6명이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4시간 동안 영어로 교신을 주고받았다. 시뮬레이션 화면 속 비행기들은 학생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를 찾아갔다. 김휘양 관제교육원장은 "학과 졸업생 99%가 항공교통관제사 면장을 취득하고, 절반은 운항관리사 자격까지 취득한다"며 "전공을 살려 항공 업계로 진출한 졸업생의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국민대는 자연과학·공학 계열에서 산학협력 부문 7위에 올랐다. 국민대 산학협력단에서는 2016년부터 매년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커넥트(K-onnect) 산학데이’를 개최한다. 자동차 분야가 강한 국민대는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등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조백규 기계공학부 교수의 ‘바퀴보다 빠른 다리형 로봇’, 김대환 전자공학부 교수의 사용자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이 소개됐다.

조백규 국민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

조백규 국민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로봇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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