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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도 금리 고통…이자만 내년 23조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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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앞으로 정부가 짊어져야 할 국가채무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한 여파로 분석된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 지출 비용은 2011~2020년 16조~17조원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9조2000억원, 올해 18조8000억원으로 는다.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한다. ▶2023년 22조9000억원 ▶2024년 25조8000억원 ▶2025년 28조5000억원 ▶2026년 30조9000억원으로 증가하는데, 불과 4년 새 이자 부담이 12조1000억원이나 불어난다. 당장 내년만 해도 본예산(정부안·639조원)의 3.6%가량이 이자를 갚는 데 소진된다. 국가가 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341조8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은 6.7%다.

이는 우선 국고채 평균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1.39%였던 조달금리는 지난해 1.79%로 오르더니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2.95%로 뛰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자 부담을 발생시키는 국가채무 자체가 크게 늘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확장적 재정기조가 이어지면서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체 국가채무의 89.8%는 국고채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이자 지출 중 92.4%가 국고채 이자비용이었다.

경기 침체로 세수 확보까지 빨간불…전문가 “재정준칙 법제화 나서야”

보고서는 “국가채무 규모 증가와 더불어 최근 금리 상승 추이에 따라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재정당국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한국의 성장률이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이자 비용까지 불어나면 정부의 재정 여력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국채 발행을 늘려 돈을 풀었는데, 이것이 부메랑이 돼 지금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액이 일본 정부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국채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이것이 일본이 다른 나라처럼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57%에 달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50%대라 아직 이자 부담에 대해서는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라 들어오는 세금은 줄고, 복지지출은 급증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쓸 돈까지 고려하면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더 많은 세금을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자 부담의 증가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를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2070년 NABO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시나리오에서 정부 이자지출이 2030년 39조3000억원으로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2040년에는 53조3000억원, 2050년에는 75조9000억원, 2060년에는 104조3000억원, 2070년에는 136조1000억원으로 는다. 연평균 증가율은 4.2%로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2.0%)의 두 배를 웃돈다. 이자 지출이 전체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5%에서 2070년 15.7%로 늘어나며, GDP 대비 이자지출 비중도 같은 기간 0.9%에서 3.7%로 오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재정은 국가 운영의 마지막 보루인데,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에 휘둘리다 보니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우철 교수는 “연금 개혁, 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등을 통해 재정을 효율화하고, 재정준칙의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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