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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호의 이코노믹스

미국 따라 전 세계 금리 인상…킹달러 위세 꺾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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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6면

환율이 제자리 찾는 이유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자원가격 상승이 각국의 금리상승과 세계경기 둔화 우려로 꺾였다. 그러나 자원가격 상승 여파로 인한 임금과 제품가격 상승, 그리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이 여전히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의 물가에 대한 부담은 매우 크다. 2021년 연초 1080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현재 1424원으로 31.8% 절하(원화가치 상승)되었다. 이 영향으로 원화 기준 2022년 9월 현재 수입물가가 2020년 말 대비 57.4%나 상승했는데, 현재 환율 안정은 미국 이외 각국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 때문에 원화가치의 추가하락 개연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그간 다른 국가보다 우리 화폐의 더 큰 절하가 원화환율을 불안하게 한다. 실제로 2021년 연초~2022년 10월 중 달러인덱스(유로 등 6개국 화폐로 구성된 달러가치 지표)가 24.7% 오르는 동안, 원화 가치가 31.8% 하락한 것은 원화의 취약함을 뜻한다.

미 금리 급등에 환율 일시적 변동
우크라 전쟁도 영향 주지 않을 듯

달러가치는 미 경제 비중에 달려
세계 속 미국 비중 점차 줄어들어

주식 투자자는 환율 추이 살펴야
원·달러 바닥 치면 주가도 올라가

미 금리 더 올라도 환율 영향 적을 듯

환율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연동한 환율 불안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인데, 각국 환율 등락을 결정짓는 달러인덱스는 통상 세 가지 경우에서 주목받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첫째는 전쟁 등 국제정세가 불안할 때, 둘째는 불안한 세계적 경제 이벤트(이번 경우 물가급등에 따른 미국 금리의 큰 폭 상승)가 발생할 때, 셋째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 규모의 증감 방향이 뚜렷할 때다. 첫째와 둘째의 경우 달러가치(달러인덱스)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다. 반면에 셋째는 장기간 추세적으로 달러가치에 영향을 끼친다. 차례로 이들 세 가지 사안을 살펴보자.

전쟁 등 국제정세가 불안할 때 달러가치 상승은 미미했다. 예컨대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2003년) 당시 달러인덱스는 답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에서도 달러인덱스의 변동은 없었다. 국지적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인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악화하여도 달러가치에 대한 영향은 적을 듯하다.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이슈가 발생하면 달러가치가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인덱스 상승 기간은 길지 않았고 상승 폭도 크지 않았다. 예컨대 금융위기(2008년), 남유럽 재정위기(2010년) 당시 달러인덱스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또 늘 주목을 받는 미국 금리 추이에 대한 미 달러의 반응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다.

최근 강달러, 급격한 미 금리 인상 효과

왜 그런지는 미 금리와 달러인덱스의 관계를 보면 명확해진다. 〈그래프 참조〉 그래프에서 음영(陰影)은 미국금리가 상승(하락)할 때 달러인덱스가 하락(상승)했던 기간이다. 통념적으로 미국금리가 상승(하락)하면 달러가치도 상승(하락)할 것 같다. 그러나 금리 방향과 달러인덱스 방향 간 불일치 기간이 일치 기간보다 더 많았다. 선입견보다 미국 금리 등락이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은 미국금리 방향에 따라 다른 국가도 금리를 곧바로 인상 또는 인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이번엔 미국금리 상승이 달러가치를 상당히 상승시켰다. 2022년 미국은 금리 인상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실로 미국은 어느 국가보다 먼저, 그리고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다른 국가들은 경기둔화를 우려해서 금리 인상을 주저했고, 정책금리를 인상했어도 인상 폭을 적게 했다.

이러니 자금이 미국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그 결과 달러인덱스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에 각국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이렇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각국은 금리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지만 미국과 금리 격차로 인한 각국의 환율 불안은 이제 점차 진정될 듯싶다. 더구나 미국 금리 상승은 2023년 상반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은 한계를 내재한 것 같다.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 비중에 따라 형성

큰 구도의 달러 가치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 비중에 의해 형성되었다. 경제 덩치가 환율을 좌우한 것인데, 둘째 〈그래프〉의 음영은 미국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국 GDP의 비율이 상승한 기간이다. 이 기간에 달러인덱스는 추세적으로 상승했다. 예컨대 첫 음영 기간 중인 1981년 28.1%이던 미국 GDP 비중이 1985년 34.8%로 올라서자, 달러인덱스가 100에서 160.4(1985년 2월)로 상승했다. 두 번째 음영에서도 미국 GDP 비중이 높아지자 달러인덱스가 53.7% 상승했다. 또 이익 정점에서 주가 정점이 형성되듯 두 음영 기간 내에서 달러인덱스 정점은 미국 GDP 비중의 정점에서 형성되었다.

세 번째 음영 기간에서도 달러인덱스는 미국경제 비중 상승에 따라 함께 오름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경제 비중보다 높아진 2022년 달러가치는 다른 국가보다 미국 기준금리 상승이 격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이익 수준이 낮아도 이익이 추세적으로 증가하면 낮은 금리가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것과 같다. 2020~2021년 국내 주가 상승이 그런 경우였다.

그래프에서 여백 기간은 미국 GDP 비중의 추세적 하락 기간이다. 즉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감소하는 기간이다. 당시 달러인덱스는 하락 내지 정체했다. 예컨대 그래프의 첫 여백(1985~1992년) 끝자락인 1992년 미국 GDP 비중은 1985년 34.8%에서 24.6%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1992년 7월 달러인덱스는 1985년 정점대비 50.8%나 하락했다. 두 번째 여백 기간(2002~2011년)에서도 달러가치는 미국 GDP 비중이 10% 포인트 줄면서 기간 중 최고치 대비 41.7%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직전 달러인덱스 상승 기간의 상승 속도보다 가팔랐던 달러인덱스 하락 속도가 큰 관심을 끌었다.

미 경제 비중 줄수록 달러 가치 하락할 듯

이 같은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앞으로 달러 가치의 방향은 세계 경제 대비 미국 경제 비중의 크기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2027년 중 미국성장률은 1~2%, 달러 기준 세계성장률은 2.1~2.8%일 듯하다. 때문에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은 작아질 듯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60년까지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의 추세적 하락을 예상한다.

이는 장기 측면에서 달러 가치의 좁은 위상을 뜻한다. 사실 큰 구도로 보면 1980년 이후 달러 가치의 고점과 저점은 낮아졌다. 추세적 달러가치의 하락인데, 2021~2022년 달러 가치가 상당히 상승했지만, 그 성격은 장기 추세의 하락·둔화 과정에서의 반등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인덱스는 상승보다 하락 내지 정체될 듯하다. 경우에 따라선 달러인덱스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우리 대외수지 악화로 인해 향후 원화 환율을 어둡게 보는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원화 등락 방향 결정에서 우리 대외수지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국제 외환시장에 환율은 단순하게 미국 달러와 미국 이외 국가 통화 둘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락하면 모든 국가의 통화가치는 예외 없이 하락·상승한다. 국가별 대외수지 정도에 따라 각국 환율등락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원화 환율 추세 방향은 국내 요인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 비중 추이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

요컨대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그간 미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은 기세가 꺾일 것 같다. 또 향후 달러인덱스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 비중 추이에 따라 등락할 듯한데, 이 관점에서 보더라도 향후 달러 가치 상승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락 가능성도 거론될 듯싶다. 즉 원화를 포함해 각국 통화의 절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 같다. 덧붙여 주식투자자들은 원화 환율 추이를 살폈으면 한다. 통상 원·달러 정점(원화가치 바닥. 달러인덱스 정점) 내외에서 주가 바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