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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밀항 조짐에도 대포폰 영장기각한 법원…검찰, 전국 항구에 검문 강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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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봉현

김봉현

검찰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행적을 감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찾느라 나흘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린 데 이어 밀항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항구·포구의 순찰 및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검거 총력전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행적은 11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고, 같은 날 오전에는 여의도 소재 한 교회에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조카 A씨가 잠적 직전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2일 A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압수했고 다음 날(13일)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A씨는 김 전 회장과 헤어지기 전 이미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및 블랙박스를 모두 교체한 상태였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사기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도 지난 2019년 10월 9일 출국한 뒤 3년 넘게 도주 중인 상황이어서 김 전 회장의 도주가 검찰에 주는 곤혹스러움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검찰 일각에선 “탐문(探問)부터 다시 하게 생겼다”(검찰 관계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사실상 법원이 (도주를) 방조했다(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14일 페이스북)”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7월 20일 보석으로 풀려난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9월 14일과 10월 7일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보석 취소를 청구(지난달 26일)했지만 법원은 도주 이후인 11일 오후 2시 50분에서야 ‘뒷북’ 인용했다. 또 검찰은 지난달 21일 밀항 가능성의 증거가 될 대포폰 통신영장을 청구했으나 같은 날 ‘필요성·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도주 의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충분했음에도 법원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존 변호인단을 모두 사임케 한 뒤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결심 공판(11일)을 앞두고 벌인 일이다. 지난 10일 재판부는 김 전 회장 신청을 기각했는데, 이날은 라임 사태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확정한 날이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중형이 선고될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이 기계적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상식에 반(反)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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