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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개미들 거센 반발…밀어붙이던 민주당, 유예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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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했다. [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 도입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14일 “투자심리가 위축된 이 상황에서 강행하는 게 맞느냐”며 유예안을 꺼냈다고 한다. 정부·여당은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안을 주장해 왔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반박하며 도입 강행을 예고했던 사안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야당이어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주체가 아니지 않나”라며 “우리가 굳이 강행하자고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투세가 소위 ‘개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며 “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표가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다수 최고위원은 “도입을 강행했다가 여론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이 대표 말대로 유예를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자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정책위원회 관계자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당장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고,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당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과세를 신중히 해야 한다”며 2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 시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한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4일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경제 상황의 틀이 바뀌었는데 (민주당은) 2년 전 법을 강행하겠다며 부자 감세를 외친다. ‘부자 증오’가 민주당의 정강·정책인가”라며 금투세 유예론을 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간 완강하게 도입 강행을 주장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8일에도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며 강행을 시사했다. 169석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면 금투세 도입 시기를 미루는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은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유예안에 힘을 실으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사법 리스크로 수세에 몰려 있는 이 대표가 여론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소위 ‘동학 개미(소액 투자자)’마저 등을 돌리면 차기 총선에 파장이 커질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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