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족 동의없이...정의구현사제단도 이태원 희생자 실명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김영식 신부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 도중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김영식 신부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 도중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한 데 이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14일 추모 미사 도중 희생자들의 명단을 낭독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를 열었다.

사제단 대표인 김영식 신부는 “무엇 때문에 우리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 이웃사촌이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야만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언론은 애도를 말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을 강제된 침묵 속으로 가둬 두려고만 한다”고 했다. 이후 희생자의 이름을 한명씩 낭독하며 이들의 안식을 위한 기도를 했다.

사제단은 미사 말미에 발표한 성명에서도 “예견된 재난을 대비하지도 않았으며 참극 직전의 상황을 호소했지만, 혈세로 호의호식하는 벼슬아치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사제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함성이 각계각층으로부터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며 “국정 전반에서 나라를 위기로, 온 국민을 궁지로 빠뜨리고 있는 잘못 때문이겠지만 사제들은 한사코 사람의 사람다움을 부정하려 드는 그의 목석같은 무정과 비정을 가장 무거운 죄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민들레’와 또 다른 인터넷 매체 ‘더탐사’는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유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민들레’ 측은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들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날 오후 11시 기준 홈페이지에 실린 약 10명의 희생자 명단이 익명으로 전환된 상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망하신 분들뿐 아니라 유족들에 대한 좌표 찍기 같은 추가적인 신상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