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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언하고도…기후대응 최하위권 성적표 받은 한국, 왜?

중앙일보

입력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놨지만, 기후변화 대응 목표와 이행 수준이 여전히 국제사회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는 이집트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가운데 국가별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한 ‘기후변화 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이하 CCPI)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CCPI는 해마다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새로 발표되는 데 올해가 18번째다. 이번 평가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은 이번 발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매우 저조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사 대상인 60곳 중에서 57번째로 한국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3개국뿐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보다는 순위가 높았다.

올해 CCPI에서 ‘매우 우수함’ 평가를 받은 국가는 없었다. ‘우수함’ 평가 등급을 받은 국가 중에서 덴마크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고 스웨덴, 칠레, 모로코가 그 뒤를 이었다.

CCPI 공동 저자인 얀 버크 저먼워치 선임고문은 “각 나라가 기후 대응에 얼마나 진지하고 임하고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의 순간”이라며 “에너지 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을 증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에너지 소비 등 최하점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순위. '매우 우수함' 평가를 받은 국가는 없으며 한국은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CCPI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순위. '매우 우수함' 평가를 받은 국가는 없으며 한국은 '매우 저조함' 평가를 받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CCPI

이번 CCPI에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0% 감축(2018년 대비)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모두 반영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각각 점수를 책정해 평가하고 모든 점수를 합산해 국가별 종합 점수를 낸다. 한국은 기후 정책 부문에서만 ‘저조함’ 평가를 받았을 뿐 온실가스 배출·재생에너지·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모두 ‘매우 저조함’으로 최하 등급을 받았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 모두 여전히 많은 데 반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는 느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높인 것은 환영하지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21.5%로 줄이는 정부의 계획을 비판했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복잡한 인허가 규제 등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이 작년에 잇따른 기후목표를 선언했음에도 일부 이에 반하는 정책 기조로 인해 올해도 CCPI 최하위권에 머무르게 됐다”며“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 독점 전력 시장 구조와 복잡한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는 등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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