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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게 사표” 이상민 거취 놓고 난타전 벌인 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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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결특위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 예결특위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으로 강하게 맞붙었다. 야당은 11일 본지 문자 인터뷰를 통해 “나도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다”고 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해 사퇴하라며 강하게 몰아붙였고, 여당은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엄호했다.

이날 비경제 부처 32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 예산안 심사에서 오전 개의를 위해 의사봉을 잡은 예결위원장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회의 시작 전 “지휘 책임을 가진 분들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외면하고 사법적 책임만을 주장할 경우 참사의 원인을 소수의 일탈 행위로 몰아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선 이재명 대표가 이 장관을 겨냥해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망언”, “즉각 파면하는 게 타당하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의원 중 처음으로 예결위 마이크를 잡은 고영인 의원도 “다수의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퇴를 안 하느냐”, “장관이 남아서 사태 수습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맹공을 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사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자리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제가 가지고 있는 힘과 노력을 다하고 우리 행정안전부 전 직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선 수습 후 책임’을 강조한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이 장관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야당의 사퇴론에 “사법적 규명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 행정적 책임, 그 다음 순서대로 정치적 책임을 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은 “주무부처 장관이나 또 윤희근 경찰청장한테 보고가 제대로 안 이루어졌다”며 하부 조직에 책임을 돌렸다.

여당은 민주당과 친야 매체가 추진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를 문제 삼으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시민언론 단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일방적인 명단 공개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가 되지 않겠느냐”고 질의하자, 한 장관은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문에 검찰이 (이태원 참사를)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조 의원 질의에 “시행령 개정 때 보완 수사의 범위를 극도로 제약한 과거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에 (송치 후) 충실한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더탐사가 보도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최춘식 의원은 지난달 24일 더탐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 변호사 30여명이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것에 대한 한 장관의 조치 사항을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공당이 저질 음모론에 공식적으로 올라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난달 27일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는데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사과할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탐사에 대해 “정치 단체 같다”, “가짜뉴스인지 알고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막말 공방도 거칠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에게 경찰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법적인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고자 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동혁·김미애·최춘식·조수진 의원은 연이어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얻어 강 의원에 대한 징계와 사과를 우 위원장에게 촉구했다. 결국 설전은 강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며 일단락됐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 도중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면 좋지 않느냐"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한테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훈계하는 건가"라며 태도를 문제 삼자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 도중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면 좋지 않느냐"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한테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훈계하는 건가"라며 태도를 문제 삼자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하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은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이 정무수석에게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에 대한 사항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고 의원이 “MBC 탑승 불허 조치에 대해 대통령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누가 보고했나”, “언론 길들이기 아닌가”라며 언성을 높이자 이 정무수석이 “그런 프레임으로 자꾸 공격하지 말고 좋게 생각합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을 대표해서 오신 수석님이 협박하느냐, 반말하느냐”(한병도), “국회의원 상대로 마음먹고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정일영)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여당 의원들은 “우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정희용)고 항의하며 공방이 40여분 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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