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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시위자' 첫 사형 선고한 이란…"성고문으로 자백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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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에 모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에 모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에서 두 달째 히잡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관련자에게 처음으로 사형이 선고됐다. 인권 단체들은 "불공정 재판"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가 운영 중인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은 "이란 법원이 이날 시위자 한 명에게 정부 청사 방화와 공공질서 저해, 국가안보 위반 공모죄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시위자의 죄목에는 "신의 적이자 세상의 타락인 점"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테헤란 법원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공모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5명에게 5년에서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란 당국은 수도 테헤란에서만 히잡 반정부 시위대 1000명 이상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시위자들은 항소할 수 있으며, 최종 판결이 내려진 후에는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의 실명이 공개될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WSJ은 "당국이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려 한다"며 "시위가 새 국면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란에선 지난 9월 13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란 군경이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지난 12일까지 최소 32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여기에는 미성년자 43명과 여성 25명이 포함됐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이 시위를 사전 계획했으며, 이를 통해 내정 간섭 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외국 대사관 3곳에 "아미니의 죽음은 경찰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니다"란 내용의 인권 보고서를 전달했다. 외무부는 "미국과 특정 유럽 국가들이 소요 사태를 조장했다"며 "이란은 인권과 관련해 공정성을 준수하고 있고, 외국에 정치 개입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인 자배드 레만은 WSJ에 "이란의 이같은 법체계는 투명성·공정성·객관성 등 어느 요건에도 인권 보장의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시위대 수감자 지위에 대한 후속조치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의 경우, 사복경찰에 의해 총기 위협 등 위법적 절차로 자택에서 끌려 나와 수 주간 가족과 연락이 끊긴 사례가 있다고 보고됐다. 위원회는 보고서에 "차량 트렁크에 실려 테헤란 북부 지하 시설에 구금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교도소 심문관들은 여성 시위자들에게 나체 상태를 강요하고 사적인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거나 성폭력을 가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소속 타라 세페리-파 연구원은 "이란 당국이 시위대에 강압적인 학대와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며 "재판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11일 이란 정부의 이같은 시위대 탄압과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특별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현재 40개국 이상이 회의 소집에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회의는 오는 21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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