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8개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 “최고경영진(CEO)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 등을 앞둔 상황에서 경영진 선임을 둘러싼 잡음과 혼란을 막기 위한 선제적 주문을 했다는 해석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하는 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각종 금융 사고가 발생해 은행지주 그룹이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할 책임은 이사회와 경영진에 있는데 경영진에만 맡겨 놓으면 성과 우선주의 등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기 쉬우니 이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금융지주 CEO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상태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로 끝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BNK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금융그룹 CEO 선임에 대해 메시지를 낸 건 정치권 로비 등을 통한 연임 시도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관심사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확정한 뒤, 이튿날인 지난 10일 이 원장은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금융 당국이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14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나 향후 선진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해당 금융기관의 여러 가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행정처분의 당사자가 가장 좋은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며 “어떤 외압이라거나 특정인을 염두에 하는 말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은행지주 회장은 물론이고 CEO의 임명 등에 절대로 구체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으며 영향을 미칠 방법이나 정책적 수단도 없다”며 “이사회가 통제해야 하는 문제이고 금융당국은 감독 행정을 하면서 권한을 조금 더 타이트(tight)하게 행사하려는 차원이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