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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중국 직접 언급하며 "동중국해서 일본 주권 침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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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동중국해에서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대표도 참석한 다자 회의에서 일본 총리가 중국이란 국가명까지 언급하며 비난의 메시지를 낸 건 이례적이다.

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14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동중국해에서 중국에 의한 일본 주권 침해 활동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도 군사화와 위압적 활동 등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했다.

'동중국해에서의 주권 침해'란 양국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 최근 중국 배들의 일본 영해 침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남중국해에서의 활동은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인도·암초 등에 인공섬을 조성해 군사기지 등을 설치해온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또 올해 8월 대만 갈등 상황에서 중국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일부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으로 떨어진 것을 언급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도 지역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홍콩 정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해양 진출 등에 대한 강한 반대를 재차 표명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달 이후 우리나라(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을 포함해 매우 잦은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도전으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가 하나로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정되지 않으며 핵무기에 의한 위협과 사용은 인류에 대한 적대행위"라며 "국제사회 전체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솔직한 발신이 중일 관계에 중요"

기시다 총리가 다자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낸 것은 최근 중국·러시아 등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일본의 강한 대응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만 해도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러시아 등과의 우호 관계도 어느 정도 지키려는 일종의 '균형 외교'를 추구해왔다"며 "하지만 중국의 급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일본 외교 방향이 미국과 '일체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중국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이 중·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한다는 생각으로 발언했다"며 "이런 솔직한 발신이 일·중(중·일) 관계를 안정시켜 나가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시진핑-기시다 17일 회담"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일본 총리는 17일 태국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만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중·일 대면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후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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