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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변호사의 백시보, 김지은 "남궁민 같은 배우 되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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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1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로 주목받은 배우 김지은. 사진 HB엔터테인먼트

11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로 주목받은 배우 김지은.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노력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고 지훈 오빠한테 배웠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김지은)가 중고차 딜러로 위장 취업하기 위해 외치는 대사다.
천지훈(남궁민) 변호사보다 한술 더 뜨는 변호사 시보의 패기에 중고차 사장은 “얘보다 얘가 더 물건이네”라며 웃는다. 김지은은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남궁민의 원맨쇼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사무장 역의 박진우까지 세 사람의 차진 호흡 덕분에 4주 연속 결방, 주 1회 편성이라는 악재에도 11일 시청률 15.2%(닐슨코리아)로 종영했다.

‘천원짜리 변호사’ 코믹연기로 눈도장

종영 전 서울 신사동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김지은(29)은 “사실 겁이 좀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각자 준비해온 것을 맞춰보면서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면서 함께 한 장면씩 만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 로열패밀리 출신으로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백마리 캐릭터에 맞춰 “단호한 말투와 똑 부러진 제스처로 당돌함을 보여주는” 한편 “내 안에 숨어있던 엉뚱함과 개구짐을 모두 끌어다 썼다”고 말했다. “원래 감독ㆍ작가님은 좀 더 냉소적인 백마리를 원했는데 미팅을 거쳐 지금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 장면 같이 찍었는데 이름 물어봐”

‘검은태양’(2021)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호흡을 맞춘 남궁민, 김지은, 박진우. 사진 SBS

‘검은태양’(2021)에 이어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호흡을 맞춘 남궁민, 김지은, 박진우. 사진 SBS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지면서 현장에서 추가된 장면도 많았다. 김지은은 “도박장 세트가 너무 예뻐서 등장 신만 찍기에는 아쉬웠다. 게임을 하는 장면을 애드리브로 만들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남궁민ㆍ박진우와는 MBC ‘검은태양’(2021)에서 호흡을 맞췄던 터라 “편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극 중 잠적했다가 돌아온 천지훈을 꽃다발로 때리는 장면에 대해서도 “살살 때리면 못 쓴다고 해서 정말 세게 제대로 때렸다”며 웃었다.
당초 14부작에서 12부작으로 줄어들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냐고 묻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천지훈의 과거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힘을 많이 썼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추가돼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수임료 천원으로 돈 없는 의뢰인들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천지훈 변호사처럼, 남궁민은 2016년 커피 CF로 데뷔 이후 무명 배우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김지은에게도 든든한 선배가 되어줬다. KBS2 ‘닥터 프리즈너’(2019)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로 출연한 김지은을 눈여겨봤다가 ‘검은태양’에 추천했다. “같이 촬영한 건 딱 한 신이었는데 이름과 나이를 물어봤어요. 유제이 역에 추천한 건 아니었고 감독님께 아직 고민 중인 역할이 있으면 이런 배우도 있다며 몇 명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서야 알고 이유를 물어보니 ‘열정은 넘치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나도 진짜 선배님 같은 배우가 돼야지, 언젠가 나처럼 힘든 배우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디션 줄줄이 낙방, 힘 빼니 합격”

법조계의 로열패밀리 출신인 백마리 변호사 시보 역을 맡은 김지은은 다양한 정장 차림을 선보였다. 김지은은 “처음에는 맞는 컬러를 찾기 어려웠는데 스타일리스트도 점점 욕심이 나서 무지개 컬러를 다 도전해보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진 SBS

법조계의 로열패밀리 출신인 백마리 변호사 시보 역을 맡은 김지은은 다양한 정장 차림을 선보였다. 김지은은 “처음에는 맞는 컬러를 찾기 어려웠는데 스타일리스트도 점점 욕심이 나서 무지개 컬러를 다 도전해보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진 SBS

김지은은 “그때가 데뷔 이후 가장 힘든 시절이었다”고 고백했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2019)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는 “대사 없는 단역이어도 즐겁게 촬영했지만, 그 후 1년 반 동안 오디션에서 줄줄이 떨어지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부터 편의점ㆍ카페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연기를 그만두고 인천 본가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
“오디션에 하도 떨어지다 보니 부정적 기운에 압도됐던 것 같아요. ‘검은태양’ 오디션도 세 번을 봤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나머지 힘을 잔뜩 주고 안 좋은 습관이란 습관은 다 나왔거든요. 계속 ‘아쉽다’ 소리를 듣고서 ‘에라, 모르겠다’며 힘을 빼버렸더니 합격 연락이 오더라고요.”

어렵게 얻은 기회였지만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했다. 첫 주연작이니까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 “10배는 힘이 들어가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제 촬영도, 리액션도, 풀샷도 모두 온 힘을 다해서 촬영하니 뻣뻣 경직 그 자체였죠.”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2022) 대본이 들어왔을 때도 “또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촬영하면서 조금씩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궁민을 ‘멘토’로 칭했다.
“선배님이 이제는 전체를 다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내가 하는 장면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 장면들이 이어져서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김지은은 “더 늦기 전에 대학생 역할이나 청춘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김지은은 “더 늦기 전에 대학생 역할이나 청춘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차기작은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로 정해졌다. 시골 마초 오형사의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나인우와 호흡을 맞춘다.
김지은은 “변호사 시보에 이어 검사 역을 맡았다”며 “이번엔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우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밌는 만큼 힘들 때도 많았죠. 그래도 나중에 결혼하고 집안일 하다 TV를 보면 너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나도 배우를 꿈꿨는데, 저기 내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길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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