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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전액 삭감에 권한 축소 법안까지"...입지 흔들리는 경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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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행정안전부(행안부) 경찰국이 이태원 참사 이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은) 경찰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한 데다 내년도 경찰국 예산이 전액 삭감돼서다. 또 경찰국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까지 제출됐다.

14일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국 주요 업무는 크게 6개가 있다. 첫 번째가 ‘경찰청장 지휘·감독’이다. 경찰국은 ‘정부조직법’(7조 4항)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감독에 관한 사항을 수행한다고 돼 있다. 나머지 업무는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안건 부의 및 재의 요구, (경찰청장) 임명 제청 관련 사항 등이다.

경찰국 주요업무로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감독(붉은 박스)이 나와 있다. 사진 행안부 홈페이지 캡처

경찰국 주요업무로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감독(붉은 박스)이 나와 있다. 사진 행안부 홈페이지 캡처

이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때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 권한을 부인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행안부는 경찰청을 지휘·감독하나, 안 하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지휘·감독 권한이 지금 없다”고 답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6월 발언과 정면 배치 

이런 답변은 이 장관의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 그는 지난 6월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 브리핑 때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재차 “지휘·감독 권한이 없나”라고 물었으나, 이 장관은 “예, 없다”라고 말했다. 장관이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으면, 경찰국 첫 번째 주요업무는 유명무실하다. 더욱이 이 장관은 행안위 현안질의 때 경찰로부터 치안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이 장관이 참사 책임을 줄이려 경찰국조차 부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액 삭감된 경찰국 예산 

이 장관이 경찰 지휘·감독 권한과 선 그은 사이 내년도 경찰국 예산 6억3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국민의힘 의원이 빠진 행안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경찰국 기본경비·인건비 등을 제외했다.

행안위 소속인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경찰국 예산 삭감 의결 직후 낸 의견문을 통해 “경찰국을 설치할 때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이태원 참사 전·후로 경찰국에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사를 계기로 경찰국은) 경찰 장악 수단에 불과하단 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고진영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를 찾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직권남용으로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고진영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를 찾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직권남용으로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찰국 권한 축소 법안도 발의 

경찰국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최근 ‘국가경찰과 자치 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찰국 신설 전 경찰 주요정책과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해온 국가경찰위원회 권한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또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임명제청 권한을 경찰위로 옮기는 내용도 담겼다. 임명제청 권한은 경찰국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도 이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고발했다. 소방 노조는 “경찰이 이 장관을 즉각 입건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간부는 “이 장관이 경찰 안팎의 거센 반대에도 경찰국 신설을 결국 밀어붙였는데,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되면 당연히 경찰국 힘도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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