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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사막 달릴 '한국 치타' 김태환 "33세의 무서운 스피드 보여드리죠"

중앙일보

입력

벤투호의 최고령인 33세 김태환. 30대 중반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낸다. 피주영 기자

벤투호의 최고령인 33세 김태환. 30대 중반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낸다. 피주영 기자

 "상대 팀 공격수 여러분, 제가 처음이라고 얕보면 큰코다칩니다.(웃음)"

벤투호의 오른쪽 풀백 김태환(33·울산 현대)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상대국 공격수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김태환은 지난 12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카타르월드컵 26명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월드컵 본선 참가다. 세 차례 도전 끝에 이뤘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2014·18년)을 앞두고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매번 최종 엔트리에선 탈락해 아쉬움을 삼켰다.

상대 공격수 공을 뺏을 때까지 물고 놓지 않는 모습이 맹수인 치타를 닮은 김태환(왼쪽). 뉴스1

상대 공격수 공을 뺏을 때까지 물고 놓지 않는 모습이 맹수인 치타를 닮은 김태환(왼쪽). 뉴스1

오른쪽 풀백인 김태환(오른쪽)은 카타르월드컵 첫 경기 직전까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친다. 연합뉴스

오른쪽 풀백인 김태환(오른쪽)은 카타르월드컵 첫 경기 직전까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친다. 연합뉴스

오른쪽 측면 수비는 벤투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이다. 아직 주전 선수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김태환은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 직전까지 김문환(전북 현대), 윤종규(FC서울)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김태환은 "월드컵은 처음이지만, 오랜 현역 생활을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K리그1, FA컵 등 웬만한 대회 우승은 다 해봤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1989년 7월생으로 만 33세 4개월인 김태환은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막내인 2001년 2월생 이강인(21세 9개월)과는 12살 차다. '처음인데, 나이가 많아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김태환은 "올 시즌 (이)청용이 형과 함께 고참 선수로 활약하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어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리드하는 법은 잘 안다. 대표팀 경험도 적지 않아서 팀에 빨리 녹아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태환은 올 시즌 30경기(3도움)를 뛰며 울산이 17년 만에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드는 데 일조했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30대 중반에도 탄탄한 피지컬을 갖춘 김태환. 피주영 기자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30대 중반에도 탄탄한 피지컬을 갖춘 김태환. 피주영 기자

김태환의 주 무기는 스피드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한 덕분이다. K리그 팬이 붙인 별명도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진 '치타'다. 그라운드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상대 공격수를 추격하는 모습이 마치 치타가 초원에서 사냥감을 쫓는 모습과 닮아서다. 공을 뺏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면모도 맹수를 닮았다. 흥미로운 건 30대 중반의 김태환이 여전히 빠른 스피드를 낸다는 점이다. 올 시즌도 K리그1 베스트11을 차지했다. 20대 공격수와 속도 경쟁에서 밀리는 대부분 30대 공격수들과 다르다. 김태환은 "예상대로 승부가 끝나는 게 가장 싫다. 스포츠의 묘미는 반전이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선수는 꼭 발이 느려야 한다는 법 있나"라고 되물었다.

스피드의 비결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김태환은 소속팀에서 가장 먼저 웨이트장에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선수로 유명하다. 30대를 넘기면서 특유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힘과 체력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30대 이후부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2~3시간씩 근력 운동에 투자했다. 동료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불렀다. 김태환은 "근력 운동은 보약을 먹는 것과 같다. 나이가 적지 않아서 평소 준비돼 있지 않으면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없다. 진짜 하기 싫은 날에도 '쓴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했다"고 털어놨다.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하기 위해 매일 200개의 크로스를 연습한 김태환. 뉴스1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하기 위해 매일 200개의 크로스를 연습한 김태환. 뉴스1

 손흥민(왼쪽)도 놀랄 만큼 단단한 팔뚝을 가진 김태환. 연합뉴스

손흥민(왼쪽)도 놀랄 만큼 단단한 팔뚝을 가진 김태환. 연합뉴스

근력이 붙은 김태환은 요즘 '회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20대 때 72㎏였던 몸무게는 상·하체에 근육량이 붙으면서 78㎏까지 늘어났다. 스피드는 그대로인데, 힘까지 좋은 선수로 업그레이드했다.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는 '사기 캐릭터'로 진화했다. 김태환은 "피지컬 끝판왕이 득실거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이 내 팔뚝을 만지며 '근육이 화났다'고 표현하더라. 단단한 근육 덕분에 지금도 소속팀 스피드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속도 싸움은 무조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공격 가담 상황에서 크로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팀 훈련 뒤 매일 200개 이상의 크로스를 추가로 찼다. 팬들은 "K리그에서 상대 선수일 때 가장 미운 선수인데, 대표팀에서 뛸 때 가장 든든한 선수"라고 부른다. 기술 보강도 꾸준히 했다.

보디빌더처럼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김태환. 피주영 기자

보디빌더처럼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김태환. 피주영 기자

김태환은 세계적인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맞대결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한국의 조별리그 3차전 상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통해 호날두의 최근 플레이 스타일과 특성을 파악했다. 김태환은 "상대가 강할수록 나도 강한 투지를 발휘하는 편이다. 호날두를 스피드로 제압한 뒤, 꽁꽁 묶어버리겠다. 카타르 사막을 가르는 한국 치타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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