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가구·악기로 변신…긴 세월 우리와 함께한 오동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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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면서 날씨도 쌀쌀해지고, 거리의 사람들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움츠리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준비하지요. 단풍이 아름답게 들면서 떨어지는 잎들도 있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지는 잎들도 있어요. 작은 잎도 있고 큰 잎도 있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생종 나무 중에 가장 큰 잎은 어떤 나무의 잎일까요? 바로 오동나무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오동나무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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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학명이 ‘Paulownia coreana‘입니다. 여기서 뒤에 붙은 ‘코리아나‘가 우리나라 특산종임을 말해주죠. 벽오동·개오동 등 오동이란 말이 붙은 나무가 몇 있으나 생김새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오동나무와는 다른 종입니다. 오동나무와 같은 오동나무속에는 참오동나무가 있어요. 참오동나무는 울릉도를 원산지로 추정하는데요. 봄에 피는 꽃잎 안쪽에 자주색 줄이 있으면 참오동나무, 없으면 오동나무예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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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마을 어귀에서 잘 자라는 등 오랜 세월 우리나라 사람들 주변에 있었던 오동나무의 흔적은 다양하게 남아있습니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혹은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하고 어른들이 부르는 노랫가락에도 등장하고요.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에서는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도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하는 구절이 나오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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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내서 번식하는데요. 생장도 아주 빨라서 어린 오동나무는 일 년에 수 미터나 자라나요. 물론 꽤 자란 후에는 그렇게 많이 자라지 않지만 오동나무의 생장속도는 다른 나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편이죠. 말 그대로 쑥쑥 자랍니다. 오동나무의 빠른 생장에는 넓고 큰 잎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여요. 잎사귀가 크기도 크지만 벌레가 잘 먹지 않아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다른 나무들에도 병충해가 잘 오지 않게 한다고 해요. 가을이 되면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그 존재감을 알립니다.

예전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서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보통 혼인을 20살 내외에 했으니 나무도 20년 정도 자라겠지요. 다른 나무들은 그 기간에 그렇게 크게 자라기 어렵지만 오동나무는 20년이면 직경이 40~50cm가 넘고 높이도 10~15m 정도 되는 크기가 됩니다. 나무가 약해 건축용 골재로는 쓰지 못하지만, 빨리 자라기도 하고 곧게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 쓸 때 낭비가 없어 활용도가 높아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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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목질은 부드럽고 잘 뒤틀리지 않으며, 습기와 불에 잘 견디며 가볍고 마찰에 강하고, 가공도 쉬운 데다 나무가 좀처럼 트지 않고 좀도 잘 생기지 않아서 예로부터 장롱·문갑·서류보관함 등 여러 가지 일상용품을 제작하는 데 활용됐어요. 특히 소리를 전달하는 성질이 좋아서 거문고·비파·가야금·장구 같은 전통 악기를 만드는 데 이용됐죠. 서양에서는 독일가문비나무가 소리 울림이 좋아서 많은 악기 제작에 사용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할을 오동나무가 하고 있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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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빨리 자라고 가공하기도 쉬워 많이 심고 또 쉽게 잘려 나가지만, 그 이후 만들어진 가구·악기는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요. 오동나무는 죽어서 악기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이 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죠. 단단한 나무들은 집을 짓거나 도낏자루가 되거나 전쟁에서 생명을 지켜주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멋진 악기가 되어 주는 오동나무와 같은 무른 나무의 삶도 꽤 멋진 것 같아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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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를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좀 여리고 강단이 없다고 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엔 강한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나 상황도 많으니까요. 단단한 건 단단한 대로 무른 건 무른 대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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