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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이후 한번도 안찍은 영화…스필버그 '스스로의 금기'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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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지난 6일(현지시간)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시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외계인부터 상어, 영웅과 악당까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옮기지 않은 주제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그래서일까, 반세기 넘게 메가폰을 잡아온 스필버그의 최신작, ‘파벨만 가족(The Fabelmans)’이 미국에서 유독 화제다. 1946년생으로, 13세때 데뷔작을 내놓은 그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서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영감의 원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현지시간) 스필버그와 인터뷰를 싣고 신작에 대해 “때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속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전적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스필버그는 지금까지 자전적 영화를 일부러 찍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의 마음을 바꿨을까. 팬데믹이다. NYT 인터뷰에서 스필버그는 “팬데믹 때문에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영화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며 “내가 지금까지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나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도 공동 작업했다면서 “내가 영화를 처음 접하며 새로운 세계를 맛보았던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필버그의 영화, 'ET' 공식 스틸컷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 공식 북미권 포스터.

그의 유년기는 지독히 불행하진 않았지만 행복하지만도 않았다고 한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스필버그 자신을 옮긴 한 소년인데, 그는 우연히 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면서 자신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가 결혼생활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 특히 그랬다. 그는 “과거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을 떠나는 아버지의 이야기나, 아이의 공허함을 외계 생명체인 ET가 채워주는 스토리의 영화를 찍긴 했지만 그건 타인의 이야기이자 은유였다”며 “하지만 이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직유적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데, 그가 카메라로 부모 몰래 찍은 영상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NYT에 “당시 나는 16세였는데 내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현실과, 결국 부모님도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당시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부모 탓을 하진 않는다. 스필버그는 “부모도 그냥 사람이다”라며 “그들이 결혼생활을 망친 건 잘살아 보려다 안 된 거지, 처음부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셨던 부모님에게 이끌려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며 “그 음악의 아름다움을 당시엔 이해하지 못해 괴롭기만 했지만, 부모님이 나를 가운데 앉혀놓고 연주 중간에 음악에 심취해 내 무릎 위에서 서로 손을 잡았던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 지난 9월 그의 부인 케이트 캡쇼와 함께 한 어느 행사의 레드카펫. 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자신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 지난 9월 그의 부인 케이트 캡쇼와 함께 한 어느 행사의 레드카펫. 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그의 가족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은 소년에겐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런 그에게 영화는 해방구가 돼줬다. 그는 “영화는 내가 의도한 대로 구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일련의 이미지”라며 “그 점에서 나는 치유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하고 친절한 순간들을 담아내는 게 좋았다”며 “내가 너무 공상적인 영상을 찍으니 아빠가 걱정해서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10대 소년은 이제 75세의 노장 감독이 됐다. 그가 지금 영화계에 느끼는 소회는 뭘까. 그는 “어린 시절처럼 영화 비디오를 차곡차곡 선반에 모으던 시절이 그립다”며 “영상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건 물론 편리하긴 하지만, 글쎄, 나는 여전히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이 있는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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