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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썼나? 권성동이 썼네"…여권 놀라게한 그의 행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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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월 8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예비군 훈련 참여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는 등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처사입니다.”

지난 11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쓴 글의 일부다. 최근 서강대와 성균관대에서 일부 교수가 예비군 훈련 때문에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을 결석 처리하거나 퀴즈 성적을 0점 처리해 논란이 벌어졌다. 해당 대학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뒤 언론에 소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하지만 여권에서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낸 인사는 권 의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는 “보상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며 “무엇보다 예비군 훈련이나 동원에 대한 불이익은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금투세 유예 반대 민주당에 “어설픈 로빈후드 흉내 그만”

권 의원은 이처럼 최근 젊은층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문제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투세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힘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금투세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권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부자 때려잡자는 식의 어설픈 로빈후드 흉내 그만하라”며 “로빈후드가 아니라 ‘골빈후드’ 소리 듣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지난 8일에도 “여야가 금투세를 합의 처리했던 2020년 당시 주식 시장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우리 증시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는 등 침체기”라며 “금투세 유예는 당연하고, 폐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다. 부동산에 비해 주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투자에 뛰어들 수 있어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투자 종목이다. 그런 만큼 젊은 세대의 금투세 반대 여론이 큰데, 권 의원이 이 흐름을 좇는 듯한 주장을 연일 내놓은 것이다.

지난 9월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다는 소식에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던 권 의원은 “법치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단체가 법치를 뒤흔드는 거듭된 모순을 끊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장연이 사과를 요구하자 권 의원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전장연이다. ‘혐오’니, ‘차별’이니 하는 낡고 공허한 구호로 잘못을 무마할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길 바란다”고 재차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7월 4일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당시 대표. 김상선 기자

지난 7월 4일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당시 대표. 김상선 기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3·9 대선 때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온 그가 최근 청년층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자 당내에선 “이준석이 쓴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권성동이 썼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게시물을 제외하면 이준석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장한 내용과 거의 차이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당내 “이준석이 쓴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권성동이 썼다”

여권에선 ‘꼰대’로 분류될 수 있는 권 의원이 트렌디한 주장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로 “젊은 보수 책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을 도와 대선 캠프에서 정권 교체에 이바지한 일부 청년 보좌역과 캠프 인사는 권 의원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권 의원 스스로도 ‘청년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권 의원은 13일 청년 정치 플랫폼 ‘청년연합’과 함께 윤석열 정부 청년 정책 간담회 ‘청년 정책 바로알기’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 의원은 “청년 정치인이 나라와 당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새로운 (국민의힘) 지도부가 들어오면 청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인 신지호 전 의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장능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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