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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장관도 못 지키나”…다시 뭉친 친윤, 목소리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민의힘에서 한때 숨죽이고 있던 친윤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계기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퇴장당하면서부터다. 두 수석이 국감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내용의 필담을 주고받은 것 때문에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두 사람을 퇴장 조치하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너무하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10일 “의원들이 부글부글하더라”고 주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도 같은 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수석을 왜 퇴장시키나”라며 “여당이 윤 정부 뒷받침도 못 하고, 이상민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동남아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MBC 출신인 배현진 의원이 “(MBC는)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을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거라 믿는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당초 여당 내에서는 전용기 배제 방침에 “갑자기 (순방 이틀 전)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좀 빠진다”(하태경 의원) 등 부정적 여론이 없지 않았다.

주말에는 친윤계 중진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때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을 겨냥해 “유엔 제재까지 무시한 이재명의 대북 송금 스캔들”이라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의 남탓 행보가 갈수록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의원도 12일 “이 대표가 요즘 애도를 연기하고 있는데 위선이고 패륜”이라고 공격했다.

이같은 친윤계의 최근 행보에 대해 PK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풍전등화인 상황에서도 원팀이 돼 공세를 펴고 있지 않나”라며 “왜 여당은 위기 때마다 같은 편 때리기에 몰두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친윤계의 목소리는 향후 당협 재정비, 전당대회와 맞물려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차기 당 대표의 조건 중 하나로 ‘친윤’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11일 라디오에서 두 수석의 국감장 퇴장에 대해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고, 이상민 장관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본격화되면 친윤과 비윤의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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