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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 도발 계속 땐 역내 미군 강화”…괌에 핵 재배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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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설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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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동참을 압박할 태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캄보디아로 가는 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분명히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일 등 지역(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점을 말할 것”이라며 “북한이 그 길을 계속 간다면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안보적 현시(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顯示)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의 최악 행동을 그만두게 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시 주석과 다섯 차례 전화·화상 회담을 했지만,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향후 북한의 도발을 제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란 압박성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다.

미국은 과거에도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북한에 관여하게 만든 사례가 있다. 북한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자 그해 12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확실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비공식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병력을 재배치하고, 방위 태세를 전환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이후 북한의 도발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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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내 ‘군사·안보적 현시’를 강화하는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주한 및 주일미군을 증원할지는 불투명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상군 해외 파병은 비용이 많이 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미국은 유럽에 2만명을 추가로 파병했다”며 “전략자산의 역내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미가 지난 3일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반도와 주변에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더 자주 전개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의 하나로 보인다.

또 괌에 핵을 재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2020년 동아시아에서의 폭격기 운영 방침을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폭격기 연속 주둔(CBP)에서 짧은 주기로 자주 이동하는 동적 전력 전개(DEF)로 바꾸면서 괌에서 핵탄두를 빼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만약 핵탄두를 괌에 다시 가져다 두면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무장 여론이 나오고 있고, 지난달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영공 위로 날아간 뒤 일본에서도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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