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비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모욕죄로 고소한 가운데, 황 의원이 지난해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고 수사력을 낭비시킨다”며 모욕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황운하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까지 규제…수사력 낭비”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8일 김의겸·최강욱 등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10명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황 의원도 포함됐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형법 311조(모욕죄)를 삭제하는 것이다.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게 법안을 제안한 이유다.
황 의원 등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 언사에는 욕설 외에도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해학을 담은 표현,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해당될 수 있어 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또 황 의원 등은 “모욕죄는 실제 사적 다툼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여, 수사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랬던 황 의원이 최근 한 장관을 모욕죄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면서다. 법조계에선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사력 낭비를 초래한다며 폐지 법안을 낸 사람이 자신에 대한 비판적 표현엔 발끈해 고소까지 한 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 의원이 한 장관을 고소한 건, 한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황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두고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황 의원, 방송인 김어준씨 등이 “윤석열 정부와 한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게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 장관이 반박하면서 나온 표현이었다.
한 장관의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에 대해 황 의원의 고소와 별개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 장관은 “사과는 허황된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모욕 혐의 공수처 수사대상 아닌데…황운하 “공수처에 고소”
황 의원의 모욕죄 고소를 두고 또 다른 갈래의 비판도 제기됐다. 황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소를 예고하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의 모욕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법 제정 당시 강행 처리에 앞장섰던 황 의원이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코미디”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성균관대 로스쿨 법학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하루 뒤인 8일 관련 페이스북 글에서 ‘공수처’ 부분을 삭제했고,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