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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人들]어서와 ‘식물멍’은 처음이지? 마일로 작가의 식집사를 위한 안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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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온라인 쇼핑몰 홈 가드닝 관련 매출은 97% 증가했고, 지난해 양재꽃시장에서는 전년도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560억 어치가 경매로 팔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식집사들을 위한 식물호텔과 식물병원도 등장했다.

본격적인 식집사 생활을 웹툰으로 그려낸 마일로 작가. 김포에 위치한 자택겸 작업실에는 작은 다육과 식물부터 키를 넘어서는 몬스테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최고 많을땐 200여 개까지 키워봤지만 현재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100개 정도만 남겼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본격적인 식집사 생활을 웹툰으로 그려낸 마일로 작가. 김포에 위치한 자택겸 작업실에는 작은 다육과 식물부터 키를 넘어서는 몬스테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최고 많을땐 200여 개까지 키워봤지만 현재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100개 정도만 남겼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SNS에서 ‘식집사’, ‘식물멍’ 관련 키워드도 쉽게 볼 수 있다. 고양이를 지극정성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하는데 식집사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뜻한다. 식물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잡념을 떨치려는 행동을 식물멍이라고도 한다.

웹툰을 그리는 마일로(박지수·32) 작가는 작은 다육식물부터 키를 넘어서는 무늬몬스테라까지 약 200여 개의 식물을 키워냈다.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크레이지 가드너(카카오페이지)’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최근 단행본으로도 출간했다. “식집사의 삶은 결코 우아하지만은 않다”라고 하는 마일로 작가를 만나 분투기를 들어봤다.

공들여 키운 무늬몬스테라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마일로 작가. 장진영 기자

공들여 키운 무늬몬스테라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마일로 작가. 장진영 기자

처음엔 식물 망나니였죠

마일로 작가는 독립하며 플랜테리어로 식물과 처음 만났다. 플랜테리어란 식물(plant)과 인터레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한다. “집안 곳곳에서 햇살을 받으며 은은한 초록을 뽐내는, 그걸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었어요” 식집사 초보는 많은 식물을 잃었다.  잘 모르고 삽목을 해서, 물꽂이를 잘못해서, 이사 포장을 제대로 못 해서도 식물들이 꺾어졌다. 

마일로 작가가 자동분사 물조리개를 이용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마일로 작가가 자동분사 물조리개를 이용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스스로 식물 망나니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오기가 생겨 실험군과 대조군 식물을 왕창 모아 살아남는 식물들만 남겼다. 원인을 찾기 위해 ‘식물광인’이라 불릴 정도로 파고들었다. 온종일 식물만 들여다보고 전문서적까지 섭렵했다. 식물마다 햇빛이 필요한 정도가 다른데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배치가 원인이었다. “화분을 원하는 곳에 둘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 식물원에 얹혀사는 느낌이에요”

마일로 작가가 가장 아끼는 식물들. 왼쪽부터 무늬보스톤고사리,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바리에가타, 베고니아 비치앤시스. 장진영 기자

마일로 작가가 가장 아끼는 식물들. 왼쪽부터 무늬보스톤고사리,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알보 바리에가타, 베고니아 비치앤시스. 장진영 기자

습도 관리를 위해 간이 온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진영 기자

습도 관리를 위해 간이 온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장진영 기자

물 시중 3년과 비 보약

식집사들 사이에서는 '물 시중 3년'이라는 말이 있다. 물 주기에 대한 감을 제대로 익히려면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식물의 종류나 환경, 계절에 따라서 물 주는 주기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흙과 잎을 만져보고 판단하는데 천남성과 식물과 베고니아 등은 흙의 표면이 적당히 말랐을 때, 잎이 도톰한 다육식물은 도톰한 잎이 흐물거릴 때 물을 준다. 물을 좋아하는 보스턴고사리, 네펜데스, 파리지옥 등은 흙을 언제나 촉촉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얇은 잎을 가진 아이비는 과습을 싫어해서 흙 깊숙이까지 완전히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게 좋다.

'비 보약' 에피소드의 한 장면. 실제로 비가오면 우산을 쓰고 화분이 충분히 비를 맞을때까지 여러번 반복한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 보약' 에피소드의 한 장면. 실제로 비가오면 우산을 쓰고 화분이 충분히 비를 맞을때까지 여러번 반복한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 보약’도 있다. "식물이 비를 맞으면 마치 보약을 먹은 것처럼 튼튼해져요" 실제로 빗물에는 정수된 물과는 다르게 식물 생장에 중요한 질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마일로 작가는 비가 오면 가끔 비를 맞히러 나가 화분이 촉촉해질 때까지 몇번이고 반복한다고 했다.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식물들을 위해서는 양동이를 들고 빗물을 모으기도 한다.

햇빛은 과유불급(過猶不及), 해충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율마는 최소 1500Lux 이상의 높은 광도, 몬스테라는 중간, 스파티필름은 낮은 광도를 선호한다. 직사광선, 투과된 빛, 그늘 위치 등에 식물을 분리해 배치해야 한다. 빛이 부족하면 식물이 빛을 찾아서 고개를 내밀어 웃자람이 오고, 과하면 잎이 타버리기도 한다.

방 한쪽에도 작은 정원을 꾸몄다. 장진영 기자

방 한쪽에도 작은 정원을 꾸몄다. 장진영 기자

일정한 빛 제공을 위해 사용하는 인공조명들. 자동 타이머 기능을 사용해 매일 적적량을 비춰준다. 장진영 기자

일정한 빛 제공을 위해 사용하는 인공조명들. 자동 타이머 기능을 사용해 매일 적적량을 비춰준다. 장진영 기자

"식물을 잘 키우는데 적절한 물, 햇빛, 바람, 온도, 습도를 잘 맞추는 게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병해충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진딧물, 총채벌레, 작은 뿌리파리 등이 아끼는 식물을 해치곤 한다. 그중 가장 강력한 적은 '응애'이다. 주로 잎의 뒤에서 서식하는 응애는 귀여운 이름과 다르게 살충제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서 무찌르기 어려운 적이다. 매일 잎 분무를 하는 것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바로 창궐한다. "사막이리응애는 응애의 천적인데 이이제이 전법으로 아픈 화분에 사막이리응애를 뿌려 방제를 시도하기도 했어요"

식집사 생활의 반은 해충과의 싸움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충제거 물품들. 오른쪽 아래가 응애의 천적 사막이리응애가 들어있는 파우치. 장진영 기자

식집사 생활의 반은 해충과의 싸움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충제거 물품들. 오른쪽 아래가 응애의 천적 사막이리응애가 들어있는 파우치. 장진영 기자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식물은 물론 버섯, 해충 등도 의인화해서 위트있게 표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식물은 물론 버섯, 해충 등도 의인화해서 위트있게 표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식물을 아기에서 근육질로 그려내다

작가는 본격 식집사 생활을 웹툰으로 그려냈다. "나만의 관찰일지를 넘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식물의 세계로 유입하고 싶었어요" 극적인 재미를 위해 등장하는 식물들을 의인화했다. 연둣빛 유모는 아기 모습으로 그려졌다가 자랄수록 울끈불끈 근육질의 나무가 되어 "어서 물시중을 들라"고 한다. 심지어 해충들도 귀여운 눈망울을 갖고 있어 미워할 수 없다.

마일로 작가가 수초 어항의 물이끼를 제거하고 있다. 수초 키우기 등 어항과 관련된 취미 생황을 '물생활'이라고 한다. 일종의 가드닝이다. 장진영 기자

마일로 작가가 수초 어항의 물이끼를 제거하고 있다. 수초 키우기 등 어항과 관련된 취미 생황을 '물생활'이라고 한다. 일종의 가드닝이다. 장진영 기자

초심자도 쉽게 키우기에 좋은 다육과 식물들. 장진영 기자

초심자도 쉽게 키우기에 좋은 다육과 식물들. 장진영 기자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식물을 키우면 보기에도 좋지만 공기 정화, 실내 습도에도 도움이 되죠. 흙을 만지며 힐링도 되고 어려운 식물을 잘 키워내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한 느낌도 들고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지만, 반려동물보다는 입문 문턱이 낮은 거 같아요. 열대 지역 출신의 몬스테라·스킨답서스, 하월시아 같은 다육 식물, 1년에 네다섯번 꽃을 피우는 미니바이올렛 정도로 식집사 생활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마일로 작가는 "이제 식물 망나니는 벗어난거 같다. 식물 갯수를 줄인 만큼 예쁘고 곧게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마일로 작가는 "이제 식물 망나니는 벗어난거 같다. 식물 갯수를 줄인 만큼 예쁘고 곧게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가드너의 말들을 모은 '정원을 가꾼다는 것'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단지 식물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정원사 자신도 성장한다" 식물의 생명력에는 분명 마음이 마음에게 건네는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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