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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넥슨·엔씨만 웃었다…'명품 IP'가 먹여살린 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게임사들이 2022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지만, 넷마블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왼쪽부터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로고. [사진 각사]

게임사들이 2022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지만, 넷마블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왼쪽부터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로고. [사진 각사]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웃고, 넷마블과 크래프톤은 울었다. 3분기 성적표 얘기다. 게임 빅4의 실적은 ‘명품 지식재산(IP)’의 성공 여부에서 갈렸다.

무슨 일이야

넥슨은 올해 3분기 매출 9426억원으로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24%(엔화 기준) 증가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다. 영업이익도 3049억원으로 역대 3분기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높았다. 당기순이익도 41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6% 늘었다.

엔씨도 당초 전망과 달리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1일 엔씨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6042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단 소폭 감소(-4%)했지만, 1년 전(5006억원)보다는 2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4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7% 올랐다.

반면, 암울한 성적표를 마주한 곳도 있다. 이날 넷마블에 따르면 3분기 영업손실 380억원, 당기순손실 2775억원으로 모두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크래프톤도 전날(10일)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43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7%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8%가량 쪼그라든 1623억원에 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① 장수IP, 명품이냐 사골이냐: 경제 침체기라 게임업계도 암울하지만, 누군가는 수성에 성공하거나 오히려 추가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넥슨과 엔씨가 보여줬다. 던전앤파이터(넥슨), 리니지(엔씨) 같은 장수·명품 IP 효과가 컸다.

그러나 명품 IP엔 양면이 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규 IP 대신, 실패 확률이 낮은 검증된 IP로 사골국을 우려낸 전략이라서다. 넥슨이 올해 출시한 모바일과 PC를 통틀어 신규 IP를 내놓은 건 스팀에 얼리 액세스(개발 중인 게임을 사전 공개)로 출시된 콘솔 게임 ‘데이브 더 다이브’가 유일하다.

엔씨는 올해 신작도, 신규 IP도 없었다. 엔씨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개발 환경이 친화적이지 않았고,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신작도 해외 퍼블리셔와 논의가 길어지면서 신규IP 발매 등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넥슨은 내년에 신규 IP인 ‘퍼스트 디센던트’을 출시할 예정이고, 엔씨는 신작 ‘TL’을 내년 출시 목표로 준비중이다.

② 까다로워진 모바일 시장: PC 게임으로 명성이 자자한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들이 많았다. ‘디아블로 이모탈’(블리자드)과 ‘미르M’(위메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크래프톤) 등은 모두 11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50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반짝 인기에 그친 모바일 게임도 많았다. 넥슨을 제외하고는 각 게임사의 올해 모바일 신작 대부분이 ‘장기’ 흥행에 실패했다.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한 ‘우마무스메’(카카오게임즈)는 11일 구글 플레이 매출 75위, 컴투스의‘서머너즈워:크로니클’도 106위에 그쳤다.

활짝 웃은 넥슨

넥슨은 최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했다. [사진 넥슨]

넥슨은 최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했다. [사진 넥슨]

넥슨의 3분기 호실적은 올해 출시한 모바일 신작 ‘던파 모바일’과 ‘히트2’의 매출 쌍끌이에서 왔다. 덕분에 넥슨의 3분기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도 117억엔(약 1098억원)을 기록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3% 늘었다. 모바일 부문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 타이밍: 히트2의 출시 시점(8월)이 절묘했다. 지난해 11월 엔씨 출시한 리니지W 이후 대형 MMO(대규모 다중접속) 장르에 목말랐던 소비자의 수요를 맞춘 것. 여기에 한 달 먼저 출시된 경쟁작 ‘디아블로 이모탈(블리자드)’의 흥행 실패에 반사 이익을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 기본에 충실: ‘던파 모바일’의 성공 비결은 사뭇 담백하다. 게임 스토리, 타격감, 그래픽 등 좋은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기를 올바르게 갖추면서 사용자 호평을 끌어냈다는 게 업계의 분석. 한 중견 게임업계 관계자는 “조작감이나 스토리라인 등 기존 PC에서 경험한 던파라는 게임의 기대치를 모바일에 잘 이식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분석했다.

◦ 돌아온 다작왕?: 지난해 넥슨은 ‘다작왕’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신작 2개를 내놓는 데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모바일과 PC·인터넷 부문의 신작이 3분기까지 총 6개(얼리억세스와 시범서비스 포함)에 달한다. 출시한 게임 수가 늘면서 성공작을 내놓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모양새가 된 것.

엔씨 ‘서프라이즈’

엔씨소프트 리니지W 일러스트의 모습.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리니지W 일러스트의 모습.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예상외 호실적 비결을 분석해보니.

◦ 믿을 건 너, 리니지: 흥행 보증수표로 리니지만큼 확실한 게 없다. 실제로 3분기 매출을 떠받친 대부분이 리니지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3분기 전체 매출 중 ‘리니지W’가 차지하는 비율은 33%. 전체 모바일 매출(4373억원)을 보면 리니지W 다음으로 ‘리니지M(1465억원)’과 ‘리니지2M(856억원)’ 순으로 기여했다.

◦ 해외사업서도 순풍: 북미와 유럽 등 해외사업에도 순풍이 불었다. 지역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3754억원), 아시아 지역(1408억원), 북미·유럽(448억원) 순. 국내 매출 규모엔 밀리지만 중요한 건 추세다.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을 보면 북미·유럽(62%)과 아시아지역(48%)에서 모두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 허리띠 조이기: 각종 사업비용을 줄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한 점도 선방의 배경. 3분기 엔씨의 마케팅비(-35%)와 인건비(-8%)는 직전 분기보다 크게 줄었고 전체 영업비용은 전 분기보다 9% 감소했다.

다른 곳은 왜 울상?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출시한다. [사진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출시한다. [사진 넷마블]

◦ 일단 신작은 만들고 봐야: 풍작이든 흉작이든 새 게임이 있어야 새 손님을 모으기도 수월하다. 그러나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올해 3분기까지 신규 IP나 게임 출시가 없다. 그나마 크래프톤은 올해 4분기에 콘솔 게임인 ‘칼리스타 프로토콜’을 내놓을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차기작 ‘붉은 사막’의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9일)하자 10일 주가는 이틀 전 대비 14% 가량 곤두박질쳤다.

◦ 회심의 필살기,빗나갔나?: 명품 IP라고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3N(넥슨·엔씨·넷마블)’ 중 하나인 넷마블은 간판 IP인 ‘세븐나이츠’ 로 지난 7월 MMORPG ‘세나 레볼루션’을 출시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11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는 47위에 그쳤다. 출시 앞두고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올해 IP 확장의 원년이고, 세나 레볼루션은 그 중심에 있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 모바일의 배신?: 모바일 게임 매출이 뒷걸음질 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경우도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3분기 배틀그라운드 등 PC 게임 부문 매출 1311억원으로 2019년 이후 단일 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바일 부문 매출이 282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 실적을 갉아 먹었다. 크래프톤 측은 인도의 감독 당국이 현지 배그 모바일(BGMI) 서비스를 중단시킨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는

국내 게임업계의 향후 과제를 살펴보면.

◦ 플랫폼 다변화?: 모바일 중심보다는 ‘플랫폼 다변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 각 게임사가 콘솔 전용 게임이나, PC와 콘솔 모두 가능한 ‘크로스 플랫폼’ 개발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네오위즈가 개발 중인 콘솔 게임 ‘P의 거짓’이 글로벌 게임 컨퍼런스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기대작들도 나오고 있다. 넥슨(카트라이더:드리프트), 엔씨(TL), 크래프톤(칼리스타 프로토콜) 등도 콘솔 전용 게임이나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생존하려면 해외로: 해외 매출 주머니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엔씨의 3분기 호실적 뒤엔 해외 매출의 성장이 있었다. 크래프톤(언노운월즈), 넷마블(스핀엑스) 등 해외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영향. 다만, 중국 매출에 대한 기대는 꺾는 분위기다. 펄어비스가 지난 4월 중국 당국에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증)’를 약 5년 만에 발급 받아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했지만 흥행 참패를 겪는 중. 판호가 막힌 5년 새 중국 현지 게임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가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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