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범죄화' 위헌일까…"꾸준한 치료, 콘돔 없이도 전파 안돼" [法ON]

중앙일보

입력

法ON

法ON’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HIV 감염인 A씨 측 = “약을 꾸준히 먹으면 콘돔 없는 성관계로도 감염되지 않습니다. 범죄로 낙인찍을수록 보균자들이 감염 사실을 은폐하게 됩니다.”

질병관리청 측= “비감염인이 감염되는 주된 경로는 성접촉 등 전파매개행위입니다. 개입과 규제가 불가피합니다.”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채 다른 사람과 혈액이나 체액으로 접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지난 2011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관계자가 에이즈를 방지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붉은 콘돔으로 `AIDS' 글자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관계자가 에이즈를 방지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붉은 콘돔으로 `AIDS' 글자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꾸준히 약 복용하면 타인 전파 NO…국제 추세는 비범죄화”

‘HIV’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개념은 흔히 혼용되지만, HIV는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이름입니다. HIV로 면역체계가 손상돼서 질병이 나타나는 상태를 에이즈라고 부르는 것이죠.

헌재의 심판 대상인 에이즈예방법 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합니다. (같은 법 25조).

이 조항이 헌재로 오게 된 것 HIV 감염인 A씨가 기소됐기 때문입니다. A씨는 지난 2018년 상대에게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콘돔 없이 유사 성교행위를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사건을 재판하던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1심 재판 중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심판을 제청했죠.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전파매개행위죄 위헌판결 촉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전파매개행위죄 위헌판결 촉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날 공개변론에서 A씨의 대리인인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전파매개행위 범죄화는 감염인이 숨게 만들어 오히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조기 검사와 치료를 방해한다. 심판 대상 조항은 아이러니하게도 처벌로 금지하려는 행위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염인이 검진이나 치료를 거부해 공중보건체계에서 벗어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등 국제기구와 보건전문가들도 HIV 전파행위를 비(非)범죄화하는 정책이 HIV 전파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점이 언급되기도 하고요.

HIV 전문가인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역시 “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는다면 ‘혹시 모를 전파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없음’이 된다”고 했습니다.

“전파 매개 행위 방지 근본적 대책…기본권 침해 막아야”

다만 문제는 남습니다. ‘치료를 잘 받지 않을 경우’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질병관리청에서는 ‘치료제를 복용하면 전파 가능성이 작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필요한 조항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질병관리청 측은 “치료제를 복용하면 타인에게 전파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치료를 중단할 경우 2~3주 이내에 바이러스가 검출 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해 전파매개행위 금지할 필요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상대방에게 감염 사실을 숨긴 채 감염 예방 조치 없이 성접촉한 경우’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은 펼쳤습니다. 실제로 감염 사실을 숨긴 채 감염 예방조치 없이, 즉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성접촉을 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사례였을 뿐, 19조를 과잉 해석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 예방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 예방법) 제19조 등 위헌제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A씨 측이 ‘감염인 인권 침해’에 방점을 찍었다면 질병관리청 측은 ‘감염인이 아닌 사람의 감염 위험성’을 강조한 것이죠. 국내 HIV 감염 경로 조사결과 99% 성접촉으로 감염됐다고 답한 것으로 비춰봐 감염의 주된 경로는 ‘전파 매개 행위’인데 비감염인이 HIV에 걸리는 경우 사회‧경제적 불이익이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A씨 측에서 주장한 치료나 감염예방 교육, 홍보는 HIV 감염의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병행해야 할 대책일 뿐이라는 게 질병관리청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질병관리청 측은 “위헌 무효 시 전파 매개행위를 방지하는 수단이 없어지고 전파 매개 행위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위헌적 상황이 빚어진다”고 맞받았죠.

이 심판 대상 조항.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위헌 결정이 내려집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에이즈예방법 19조 등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이달 7일 헌재에 제출했는데요. 이 조항. 과연 어떤 결정이 내려질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