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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만 하면 기초연금 10만원씩↑…"청년 돈으로 노인 표 사나"

중앙일보

입력

“현행 (기초) 연금제도는 젊은 세대에게 짊어질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요?” (김강진 씨, 20대 학생)

“캥거루족, N포 세대…빈곤한 청년들의 삶이 노후까지 안 가려면 재정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이정은 씨, 30대 학원 원장)

정치권의 기초연금 인상 움직임에 젊은 층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1일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공적연금 세미나에서다. 세미나는 ‘한국의 공적연금, 지속가능 한가?: 갈림길에 선 기초연금’을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30대 이정은 씨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고 국민연금기금 고갈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기초연금이 갑자기 (정치권에서) 이슈화가 되는 모습이 걱정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해결책을 출산으로 연결 짓는 것 같다”면서 “노인 세대의 부양책임을 청년에게 주면서, (청년을) 국가에 단순히 돈을 내는 집단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정책세미나(한국의 공적연금, 지속가능 한가?:갈림길에 선 기초연금)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한 정책세미나(한국의 공적연금, 지속가능 한가?:갈림길에 선 기초연금)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만원 인상과 함께 기초연금을 노인 100%에 지급하고, 부부 감액(20%)을 폐지하는 안을 제안했다.

서울대학교 교환 학생인 20대 김강진 씨는 “박근혜 정부 20만 원, 문재인 정부 30만 원, 윤석열 정부 40만 원, 이렇게 대선 때마다 10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지속 불가능한 것을 지속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포퓰리즘인데, 지금 정치권의 모습과 딱 맞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회 등에서는 연금 제도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조하는데, 정작 고칠 수 있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정치권에서 이런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는 제3의 시선에서 봤을 때, 양당 모두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기초연금을 인상하면 노인빈곤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재정적으로 언제까지 지속할지, 다른 연금과 합해져서 미래 세대가 감당 가능한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기초연금은 소득, 재산 규모 등에 따라 필요한 분들에게 더 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노인을 위한 방안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 역시 노후 준비를 잘해서 노후 빈곤율 줄여야 한다”면서 “소득이 존재할 때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 등 저축과 연금의 필요성을 젊은 세대에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년대계 영역…충분한 논의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 역시 기초연금의 인상은 국민연금, 그리고 연금 개혁과 연관해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다른 연금 제도, 특히 국민연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번 정부에서 공약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40만원 인상이 될 텐데, 기초연금의 역할·성격부터 (국민연금의) 구조적 개혁 방향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인상 논의와 연금개혁은 분리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이 2020년 43.7세에서 2070년에는 62.2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비슷한 기간(2019~2070)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중위 연령은 5.1세 늘어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18.5세 오르는 것이다. 윤 위원은 "중위 연령이 올라갈수록 고령층에 유리한, 노인들을 위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실버 민주주의’가 득세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버 민주주의는 고령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노년층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초연금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기초연금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윤 위원은 “출생률 0.81(2021년 기준)은 70만~100만명 세대를 26만명 세대가 부양해야 하므로, 몇 배 더 강력한 연금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반드시 중립적인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제대로 된 팩트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추계 범위를 연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위원은 “현재 국민연금 재정 추계 기간인 70년은 제도에 내재한 문제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서 “캐나다처럼 150년으로 연장하든, 적어도 인본처럼 10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최신 인구구조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재정추계 주기 역시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2년 단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 회장(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최소한 (정치권이) 제시한 기초연금 대안을 시행할 때 장기적으로 재정이 어떻게 될지 추계해 그 결과를 먼저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합당한 절차”라면서 “연금정책은 백년대계의 영역이다. 기초연금은 다른 연금 제도와 함께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종합적으로 결정,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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