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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더? 이러다 100만원" 24세 청년이 때린 '배팅 복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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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서울 송파지사 상담 창구.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서울 송파지사 상담 창구.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도박판 배팅처럼 커지는 기초연금 

"대선에서 남발된 연금공약 보면, 젊은 세대를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하는 건지 큰 의문이 듭니다. 기초연금이라는 것은 매우 민감합니다. 한번 만들면 없애기 어렵습니다. 선거마다 10만원씩 오르는데, 이러다가 100만원 찍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11일 한국연금학회 주최 '한국의 공적연금 지속 가능한가, 갈림길에 선 기초연금' 세미나에서 김강진(24·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환학생)씨는 "짊어질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부담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초연금을 두고 20대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매우 보기 드문 편이라 김씨의 비판이 관심을 끌었다.

한국이 10여년 전부터 복지투자를 확대하면서 논란을 많이 부른 제도가 기초연금이다. 김씨의 말대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두 배로, 문재인 대통령이 30만원으로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만원으로 올리려고 한다.

마치 도박판의 배팅처럼 "10만원 받고 10만원 더"라는 식으로 올라간다. 지난해 대선 때 누가 먼저 불을 지를지 관심거리였다. 놀랍게도 윤석열 후보가 먼저 불을 댕겼다. 이재명 후보는 막판에 공약에 넣었다. 그러더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 대표가 "10만원 더" "모든 노인 지급" "부부 삭감 폐지" 세 개를 한꺼번에 불렀다. 윤 대통령의 포퓰리즘에 더블, 트리플을 얹은 꼴이었다. 부부 감액이란 부부가 동시에 기초연금을 받을 때 20%를 깎는 걸 말한다. 기초연금 수령자의 43%가 해당한다.

윤 대통령의 10만원 인상, 이 대표의 '3종 세트'를 시행하려면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게 우습게 됐다. 10일 보건복지위에서 민주당은 3종 세트 중 부부 감액 폐지용 예산(약 1조6000억원)만 증액을 요구했다. 나머지 두 개 카드를 위한 예산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리고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부부 감액 관련 법률 개정안(김태년 의원 발의안)만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벽을 넘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대신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의 폐지 등 기초연금 제도개편 방안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도록 한다"라며 연금특위로 떠넘겨버렸다.

연금특위는 지난달 25일 첫 회의를 했을 뿐이다. 극심한 정쟁 탓에 특위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특위가 굴러가더라도 연금개혁 안건에 파묻혀 부부 삭감 폐지 안건이 제대로 논의될지도 불분명하다.

부부 삭감을 없애려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기초수급자의 2인 가구 생계급여가 1인 가구의 1.68배이다. 두 배가 아니다. 대부분의 복지급여가 인원만큼 배수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부부 기초연금만 두 배이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기초연금 삭감 이유는 부부의 생활비가 1인 가구의 두 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말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초연금 인상 방침을 밝혔지만,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기초연금 인상=노인 표'라고 아직도 착각하는 듯하다. 잘 따져보자. 40만원으로 올리면 40년 후 기초연금에만 240조원으로 늘어난다. 지금(20조원)의 12배이다. 김강진씨 같은 후세대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1일 연금학회 토론회에서 이정은(35) 에듀픽 학원 원장은 "캥거루족, N포 세대, 빈곤한 청년들의 삶이 노후까지 안 가려면 재정부담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기초연금을 인상할 때 노인빈곤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재정적으로 언제까지 지속할지, 다른 연금과 합해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필요한 분들에게 더 드리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세대 노인 빈곤 해소는 정말 시급하다. 10만원을 올리되 빈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비를 통합하든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일부 소득재분배 몫을 합하든지 대대적인 수술을 하지 않고선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툭 던져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배팅 복지'를 젊은 층이 훤히 꿰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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