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은 최근 두 달 동안 왜 그렇게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했을까? 그들은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미연합기동훈련은 불가피했다. 2018년 이래 본격적 규모의 한·미군사훈련이 중단된 후 4년 동안을 북한은 미사일과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한 것이 분명해졌다. 예를 들어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아주 낮은 고도로 너무 빨리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하고 요격하기가 힘들다. 전쟁 초기에 한국군과 미군의 기지를 전면 공격해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용도일 것이다. 그 외에도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은 우리 방어체제의 후방을 때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들에 대비해서 연합기동훈련을 통해 억제, 방어 및 전투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북측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우리는 당신네를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모두 할 텐데, 당신네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라는 말과 같다.
북 미사일 도발에 패닉 대응 안 돼
기존의 확장억제 강화책이 합리적
대북한 사이버·전자전 능력 키워
핵 위협 무력화하는 방안도 필요

선데이 칼럼
이번에 강도 높게 반응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는 대외전략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어느 시점엔가는 분명히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다. 통치자 입장에서 자신의 지배체제 강화를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경제도 중요하다. 그런데 경제는 거의 최악 수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몇 년을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다. 만약 대화가 재개되면 북은 (비핵화가 아닌) 군축을 대북제재 해제나 미국 쪽 군축과 맞바꾸려 할 것이다. 그러한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려면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강화시켜 위협을 주고, 적절한 수준의 긴장을 조성하면서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해야 협상에서 최대한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훗날 대화 단계를 염두에 두고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국내용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이만큼 강해졌다, 모든 게 위대한 지도자 덕분이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려 했을 것이다.
결국 긴장 상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패닉하기보다는 차분하고 냉철한 계산을 해야 한다. 최근 핵 개발,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의 대응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쥐를 잡으려다가 독을 깨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위의 옵션들은 지금 단계에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핵 개발에 대해서는 197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이 핵 개발을 하려 했을 때 미국이 얼마나 강하게 나왔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은 한국의 핵 개발 시도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마음속으로 “우리는 북한보다 수십 배 더 핵을 가졌던 소련도 억제에 성공했어, 그리고 2만8000명 미군이 목숨 걸고 지금 한국에 있는데, 그보다 더 확실한 보장이 어디 있나? 우리의 대북 억제의 의지와 능력을 못 믿고 핵 개발하겠다는 건가?” 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독자적 핵 능력을 갖겠다면 미국 측과 긴밀한 조율을 통해 잠재적 핵 능력부터 키워가는 것이 순서다. 본격적 핵 개발은 안 했지만 필요한 경우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역량을 축적하고 준비를 해 두는 ‘일본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성공하려 해도 한·미 간의 신뢰관계를 두텁게 쌓아야 한다. 일본은 그렇게 해서 상당 정도의 잠재적 핵 국가가 되었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도 문제가 있다. 핵을 들여오면 어딘가에 보관해야 될 텐데 그 보관 기지는 적이 가장 공격하기 쉬운 고정 타겟이 된다. 그보다는 핵을 잠수함이나 전폭기 등에 싣고 수시로 이동하면서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게다가 전술핵을 배치할 기지 주변의 주민들이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심각할 것이다. 핵 공유의 경우, 핵 사용의 최종 결정권자는 미국 대통령이고 그 권한을 미국이 다른 국가와 공유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기존의 확장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이다. 미국 국방당국자들은 새로운 ‘통합억제’라는 개념에 매달리고 있다. 무기영역(핵, 재래식, 사이버, 우주, 정보 등), 각 전투 지역, 각종 국력의 수단들(미국뿐 아니라 동맹 및 우호 국가들의 국력들까지 포함해서)을 모두 통합해서 전방위로 적들을 억제하겠다는 개념이다. 대북 확장억제를 그러한 미국의 통합억제개념과 연계, 보강해나가는 것을 한·미 당국 간에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이버, 전자전 능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서 이 문제를 국정과제로도 선택했었는데 그 이행속도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소니(Sony)사를 해킹했을 때 강력하게 보복했을 정도로 상당한 대북 사이버 전자전 능력이 있다. 한·미 군사기술협력을 통해 우리의 사이버 전자전 능력을 강화해서 북한의 핵 위협을 무력화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의 불안감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