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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자팔찌 끊고 잠적…전날 이종필 징역 20년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조 67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 사기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했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라임 관련 사건 결심 재판을 1시간 30분 앞두고서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을 수배했고, 전국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온 모습.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온 모습.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자금 240억여원과 라임에서 투자받은 400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5월과 8월 각각 기소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7월 20일 보석(保釋) 신청이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전자팔찌 부착 ▶보증금 3억원 ▶주거지 제한 ▶증거인멸을 하지 않고, 허가 없이 출국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증인 접촉 금지 등의 조건이 달렸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지 1년 3개월여 만인 이날 행적을 감췄다. 서울남부지검은 11일 오후 2시 30분 김 전 회장의 도주 정황을 기자단에 알렸고, 보호관찰소도 김 전 회장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에 보석 조건 위반 사실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3시에 진행하기로 했던 김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재판을 12월 6일로 연기했다.

 검찰은 수사관 및 ‘미집자(형 미집행자) 검거팀’을 동원해서 김 전 회장의 동선과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보호관찰소 및 경찰, 해양경찰청에도 김 전 회장 추적 협조를 요청했다. 경기 하남경찰서의 경우 20여명이 투입돼 일대 수색 및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이 11일 행방을 감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뉴스1

서울남부지검이 11일 행방을 감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뉴스1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중국 등 외국으로 밀항했을 가능성이 크다(남부지검 관계자)”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내부자 진술이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주요 근거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이런 사정을 이유로 김 전 회장 보석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김 전 회장이 밀항 준비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을 청구했지만,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기각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이날 김 전 회장의 잠적 사실이 알려지고, 검찰이 그의 뒤를 쫓고 있는 와중인 이날 오후 2시50분쯤에서야 법원은 뒤늦게 김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보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14일과 10월 7일 김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9월14일·10월7일)을 청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2018년 광주 등에서 35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90억여원을 가로챘다는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법원은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모두 기각(9월20일·10월12일)했는데, 김 전 회장이 1년 넘는 기간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이유였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뉴스1

재판부 기피 기각·이종필 중형…잠적 영향 줬나

김 전 회장이 라임 관련 사건으로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잠적이란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기존 변호인단을 모두 사임하게 하고, 법무법인 한 곳만을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같은날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신청한 증인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는데, 전날(10일)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특히 이날 대법원은 김 전 회장과 함께 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 대해서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변호인단 사임 및 재판부 기피 신청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피고인들이 종종 하는 방식”이라며 “이 전 부사장에 대해 중형이 확정되고, 자신(김봉현)에 대한 선고도 임박해지자 잠적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잠적하지 않았다면 이날 열릴 재판에서 검찰의 구형 및 김 전 회장 측 최후변론·진술이 이뤄지고, 선고 기일이 잡히는 수순이었다.

김 전 회장이 행적을 감추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2020년 김 전 회장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가 자신의 로비 대상이었단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같은 해 12월 16일 입장문을 내고 “기억에 없다”며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기 의원 등 연루된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검찰의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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