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직접 밝힌 ‘이태원 참사’ 당일 일부 행적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전) 사전 현장 점검을 두 차례 했다”고 밝혔으나 이와 다른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참사 당일 밝힌 '구청장 동선'과 배치
용산구 측이 지난달 말 본지에 제공한 ‘사고 당일 (구청장) 동선’ 자료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 20분 ‘이태원 거리 현장 점검’에 나섰다. 참사 발생 시점으로부터 1시간 55분 전이다. 당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게 박 구청장의 설명이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 동선 자료엔 박 구청장이 1차 현장 점검 70분 뒤인 오후 9시 30분 ‘거리현장 2차 점검’에 나섰다고 기재돼 있다. 박 구청장은 이와 관련, “오후 9시쯤 또 나가봤다. 그랬더니 (인파가) 좀 늘었더라. 아마 식사하거나 내부에 있다가 나온 분들 많았던 것 같다. 그때 많이 (이태원에)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후 8시 22분 귀가…현장점검 사실상 無
하지만 문서로 밝힌 시간대별 동선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전 자매결연 도시인 경남 의령군을 방문했다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관내로 복귀했다. 1차 현장 점검 시간과 일치한다. 하지만 전날(10일) 언론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당시 이태원 외빈차고 주변에서 하차한 뒤 엔틱가구거리를 따라 8시 22분 자택 인근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9일 참사 전 '1차 현장점검을 벌였다'는 시간대에 집으로 귀가하고 있는 모습. 사진 TV조선 영상 캡처
당초 용산구 측은 지난 1일 본지 통화에서 1차 현장 점검에 대해 “(구청장님이) 평소 출·퇴근 길에 집 주변을 다니신다”며 “(다만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이나 사고지역 쪽을 간 게 아니라 집 주변 퀴논길을 쭉 보신 것”이라고 부연한 바 있다. 하지만 CCTV 상으로 박 구청장은 퀴논길 아닌 엔틱가구거리를 지났고, 현장 점검이라고 보기엔 시간도 2분 정도로 지나치게 짧은 편이다.
현재 박 구청장은 “2차 현장 점검은 없었다”고 초기 설명을 번복한 상태다. 박 구청장은 차에서 내려 귀가한 이후 이태원상인회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문자를 받고 오후 10시 51분 집을 나섰다. 그 전까지는 계속 자택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용산구 "(구청장) 트라우마로 경황없어"
용산구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 활동과 사상자 이송을 도왔고 충격과 트라우마로 경황이 없었다”며 “최초 해명을 번복하게 된 것은 불찰이나 당초 거짓말할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에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핼러윈 대비 ‘종합상황실’도 無
용산구는 앞서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운영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용산구로부터 제출받은 ‘10월 29일 용산구청 당직일지’에 따르면 용산구가 지금껏 종합상황실이라고 밝혀온 곳은 당직실이었다. 참사 당일 당직실에 소음 민원 담당 근무자 3명이 늘어난 게 전부였는데, 당직실 근무자 8명 모두 자신이 근무하는 곳이 종합상황실이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용 의원의 주장이다.
한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박 구청장을 업무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핼러윈 안전대책 수립과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11일 박 구청장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