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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은폐·조작' 서욱·김홍희 석방…檢 내주 불구속 기소

중앙일보

입력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및 월북 조작 의혹’ 사건으로 구속됐던 서욱(59) 전 국방부 장관이 풀려난 데 이어 11일 김홍희(54) 전 해양경찰청장도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됐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다음 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법원의 구속수사 피의자에 대한 구속적부 심사는 계속 구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증거인멸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따지므로 석방 결정이 됐더라도 혐의 여부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두 사람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향하던 ‘윗선’ 수사 속도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1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조건부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11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조건부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욱이 가리킨 '서훈 전 실장' 조사가 관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정덕수)는 11일 김 전 청장을 보증금 1억원 납부를 조건으로 석방했다. 법원이 서욱 전 장관에 이어 김 전 청장도 검찰이 구속기소하기 직전 풀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석방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다만 “주거지 이탈 금지, 사건 관련자를 만나거나 연락 금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할 것” 등 조건을 붙였다.

앞서 9일 서 전 장관도 같은 조건으로 구속 17일 만에 석방됐었다. 이에 따라, 실무자부터 차관, 장관급까지 순차적으로 윗선을 향하던 검찰 수사는 일단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속 중 석방은 혐의 유무와는 별개 사안이지만, 핵심 피의자의 불구속 상태가 향후 다른 피의자들의 진술을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어느정도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이라며 “이번 석방은 유무죄 입증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중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관건은 서주석 안보실 1차장,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다. 검찰은 서욱 전 장관으로부터 “서훈 전 안보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로 군에 관련 지침을 하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해수부 소속 공무원이던 고 이대준씨 피살 다음 날 새벽 ‘군사 기밀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다. 서 전 장관이 서 전 실장을 직접 지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검찰과 서 전 실장 측은 소환 일시를 조율 중이라고 한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 서욱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 중앙포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가운데), 서욱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 박지원 전 국정원장(왼쪽). 중앙포토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 공무원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되던 상황과 관련한 대북 감청 정보 등 기밀을 다음 날 9월 23일 새벽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손상)를 받고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밈스 담당자가 퇴근한 시각이었는데 새벽에 다시 출근할 정도로 급하게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9월 24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보고서를 작성하는 실무자에게 단순 사고로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을 담은 정황은 무시하도록 시킨 혐의(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도 있다.

김 전 청장 역시 이씨가 월북했다는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확인정보를 사용하거나 표류예측 실험 결과 등을 왜곡해 수사 결과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혐의(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와 언론에 이씨의 도박 채무를 언급하며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해 이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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