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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스타 201명 뽑는데 691등 합격…전북 출신 키 3㎝ 혜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무소속)의 구체적인 혐의가 검찰 공소장을 통해 적시됐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권찬혁)는 지난 1일 업무방해 혐의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를 구속기소 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김유상 전 대표는 불구속기소 했다. 이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 6일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신입직원 600여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자신들이 청탁받은 지원자 총 147명을 합격 처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최종합격자는 7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서류 합격 기준에 미달한 응시자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응시자 ^서류전형-1차 면접-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되는 채용 절차마다 특정 응시자들을 무조건 합격시키도록 인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부정채용 혐의 구속, 이상직 비리 백태 #토익시험 안보고 원서 안냈는데도 합격 #커트라인에 490등 뒤진 응시자도 붙어 #전북 출신은 신장 커트라인 3cm 낮고 #토익 커트라인도 50점 낮게 줘 논란 #인사팀 "의원님 주신 명단" 특별 관리 #누락시"XX, 사람 병신 만드냐"폭언 들어 #16일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예정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중앙포토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중앙포토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초선,비례)을 통해 입수한 검찰의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객실인턴승무원 전형 1차 면접에서 커트라인(수도권 201등, 19점)보다 490등이나 뒤진 691등(6점)을 기록한 응시자가 합격했다. 2015년 하반기 객실승무원 서류전형에선 토익점수가 없는데도 합격한 응모자가 2명이나 됐다. 2018년 하반기 객실 인턴승무원 서류전형에서도 토익점수가 550점으로 커트라인(730점)에 한참 미달하는 지원자가 합격됐다.

이 전 의원 등이 추천한 응시자는 나이나 신장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원서 를 내지 않은 사람도 거뜬히 합격했다. 2016년 상반기 객실승무원 전형에선 1991년 이후 출생자만 뽑게 돼 있음에도 89년 출생자 2명이 합격했다. 2016년 상반기 일반직 전형에선 원서가 접수되지 않아 서류전형에 없던 사람 2명을 합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승객 안전과 직결된 조종사(부기장) 전형에서도 자격 미달자들이  이 전 의원 등의 청탁으로 합격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7년 하반기 신입 부기장 전형에선 커트라인은 80등(122점)인데 102등(116점)을 기록한 지원자가 합격했다. 2019년 상반기 신입부기장 필기 전형에서도 156등(60점)을 기록해 커트라인(100등)에 크게 미달한 응시자가 합격했다. 같은해 신입부기장 실기전형에서도 99등(80.8점)을 기록한 응시자가 커트라인(82등, 96.6)에 미달했음에도 합격했다.
 '지역 특혜' 정황도 드러났다. 2017년 하반기 객실인턴승무원 전형 자격기준은 남성이 1991년생 이하 연령에 신장이 178cm 이상이었는데, 전북 출신 지원자는 '175cm 이상'으로 3cm를 낮춰줬다. 토익도 750점이 커트라인이었으나 전북 출신 남성 지원자는 700점으로 낮춰줬다. 여성도 1993년생 이하에 신장 168cm 이상이 커트라인인데 전북 출신 지원자만은 '165cm'이상으로 3cm를 낮춰줬다. 앞서 17년 상반기 객실 인턴승무원 전형에서도 여성은 1992년생 이하 연령에 신장 164cm 이상이 커트라인인데 전북 전주 출신 지원자들만은 신장 163cm 이상으로 1cm 낮은 커트라인을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자신이 채용 청탁을 받은 지원자들의 인적사항을 최종구 이스타항공 부사장(당시)에게 전화나 구두로 알려줬다. 최 부사장은 이들의 명단과 이 전 의원에게 승인받은 자신의 채용 청탁 지원자들의 명단을 인사과장 및 팀장에게 전달하고 전형단계별로 최종발표전에 결재 권한이 없는 자신에게 미리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의원님(이상직 전 의원)이 주신 지원자들도 포함돼있다. 서류전형에서 반드시 합격시키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인사팀장과 과장은 이 지시를 "해당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라는 게 이 전 의원의 뜻"이라 인식하고 불응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추천인'란에 '최 부사장'이라 기재하는 등 해당 지원자들을 특별 관리했다고 한다. 해당 지원자들이 토익점수가 없거나 커트라인에 미달해도, 또 연령과 신장이 커트라인을 초과하거나 미달해도 합격시켰다.
최 전 부사장은 그같은 처리 결과를 확인한뒤 이 전 의원에게 보고한뒤 최종 합격 명단을 승인했다고 공소장은 적시했다. 최 전 부사장은 자신이 청탁한 지원자가 서류전형 합격자에서 빠지자 인사 담당 직원들에게 전화로 "이 자식이 진짜.. 임마. 사람을 이렇게 병신 만들고 뭐냐. 그 사람도 기분이 좋겠나""이 XX야 빨리 확인해봐" 등 폭언을 한 끝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자 처리하도록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 등이 서류심사와 1·2차 면접 과정에 여러 차례 걸쳐 부정하게 개입한 사실을 포함하면 범행 횟수만 총 184회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은 수백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다 지난 6월 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석방 100여일만인 지난달 14일 채용 비리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그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42·이혼) 채용 특혜 의혹과 이스타항공 자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에 빼돌려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횡령)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서씨의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고위직 취업과 이 전 의원의 그해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사이에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태국 항공사다.
이 기사는 16일 방송될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 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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