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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잡고 고물장수에 택시 몰다…"다 뜯어고치자"며 정치판 뛰어든 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강원 원주시청 시장실에서 원강수(52) 원주시장이 36만 원주시민을 행복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원주시

강원 원주시청 시장실에서 원강수(52) 원주시장이 36만 원주시민을 행복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원주시

강원도 사업 반대하다 ‘원주시장’ 출마 

강원 원주시 반곡동 옛 종축장에는 과거 드라마세트장을 건립하려던 터가 있다. 2014년 이 부지를 놓고 부동산 투기와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2022지자체장에게 듣는다]

강원도가 드라마 제작업체에 종축장 터 3만329㎡를 빌려주고 4863㎡는 매각을 추진하자 원주 지역 도의원들이 반발했다. 원주 드라마 세트장 개발사업은 최문순 전 강원지사 공약사업이었다. 제작사는 드라마 ‘대장금’과 ‘선덕여왕’,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고지전’ 등을 만든 곳이었다.

당시 도의원이던 원강수(52·국민의힘) 원주시장은 “인근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는 등 개발가치가 큰 황금 같은 땅에 생뚱맞게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매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원 시장은 도의원 시절 드라마세트장,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등 강원도와 원주시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 추진 문제를 놓고 원주시와 자주 대립했다. 그때마다 장벽이 너무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시장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원강수(52) 원주시장이 강원 원주시 옛 미군기지 캠프롱 부지를 직원들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원주시

원강수(52) 원주시장이 강원 원주시 옛 미군기지 캠프롱 부지를 직원들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원주시

도의원 역할 한계 느껴 ‘새로운 도전’

원 시장은 “도의원을 3선을 하든 4선을 하든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럴 바엔 내가 시장이 돼서 다 뜯어고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원주 대성고와 강원대 법학과를 졸업한 원 시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공부하는 것에 지쳐 사법고시를 포기했다. 사법고시는 계속 낙방하는 데 회사에 들어가 월급을 받는 대학 동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게 택시기사였다. 1997년 8월 택시면허를 취득하고 택시회사에 취직한 그는 "사납금을 채우고 나머지 돈은 내가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 크림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밤낮없이 택시를 몰았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심해지자 택시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원 시장은 "온종일 같은 자세로 있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았다"고 했다.

강원대 법과대학을 졸업할 당시 원강수(52) 원주시장 모습. 사진 원주시

강원대 법과대학을 졸업할 당시 원강수(52) 원주시장 모습. 사진 원주시

강원도 화천에 있는 15사단에서 군복무할 당시 원강수(52) 원주시장. 사진 원주시

강원도 화천에 있는 15사단에서 군복무할 당시 원강수(52) 원주시장. 사진 원주시

택시면허 취득 후 돈 벌려고 ‘밤낮없이’ 일해

원 시장은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날 학교 가기 싫은데 기사님들이 나무 그늘 밑에서 문 다 열어놓고 낮잠을 자는 게 무척 부러웠다”며 “비 오는 날 택시에 타면 안이 아늑한 게 좋았다. 그래서 개인택시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직접 해보니 참으로 고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원 시장은 트럭을 사 농촌을 돌며 공병과 고철 등을 수거하는 고물장수도 했다. 잔치가 열리는 집을 찾아다니며 공병과 고철을 수거했다. 원 시장은 “농촌 마을에 가서 광(창고)을 열면 공병과 고철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며 “어르신들에게 빨랫비누와 휴지 등 필요한 물품을 드리고 고물을 받은 뒤 파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 시장은 보따리장수나 뱀을 잡는 땅꾼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후 2001년부터 원주방송 기자, YBN영서방송 뉴스앵커 등으로 활동했다.

원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의원(새누리당·원주)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주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경선에서 떨어졌다. 이후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힘 후보로 나서서 여유 있는 표차로 당선됐다. 12년간 민주당이 차지해온 지방 권력이 교체되는 순간이었다.

원강수(52) 원주시장이 방송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 사진 원주시

원강수(52) 원주시장이 방송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모습. 사진 원주시

취임 후 시장실 1층 이전 결정

원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청사 7층에 있던 시장실을 1층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민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많이 듣겠다는 취지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오는 21일쯤 옮길 것으로 예상한다.

원 시장은 지난달 17일 원주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 반도체공장 등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유치과를 설치하고 경제국을 중심으로 강원도 반도체산업추진단과 함께 본격적으로 삼성 반도체공장 유치를 위한 조사분석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 측과 접촉해 규제 해소 등 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원강수(52) 원주시장이 36만 원주시민을 행복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원주시

원강수(52) 원주시장이 36만 원주시민을 행복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원주시

“삼성 반도체공장 반드시 유치하겠다”

원 시장은 “‘삼성이 정말 원주로 올 수 있냐’는 것이 시민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여건이 조성된다면 삼성 반도체공장을 비롯한 우량기업이 경쟁적으로 원주로 달려들 것이라 장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신산업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종합적 지원을 위한 ‘친환경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를 만든다. 이와 함께 도심항공교통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 유무인드론(UAM) 산업생태계’도 조성하고 미래자동차 부품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 혁신지원센터’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위한 지원 조직으로 ‘원주미래산업진흥원’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통기반을 조성하는 것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여주~원주 복선전철’의 조기 개통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경강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인접 도시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어 ‘영동고속도로 부론IC’, ‘관설동 하이패스IC’ 등을 개설해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원강수 시장은 “외곽 순환도로망 전 구간 개통도 2025년까지 마무리하겠다”며 “36만 원주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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