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강승규 퇴장시키다니"…친윤에 난타당한 주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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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한 여권 내부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친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당선된 주 원내대표가 위기 국면에서 ‘여당 원내 사령탑’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만의 핵심 골자다.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주 원내대표에게 원내 지도부 자리를 한 번 더 준 건 오로지 정기국회를 잘 돌파하고, 야당의 정치 공세를 막고, 자존심 지키면서 성과를 내자는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 8월 31일 ‘2선 후퇴’ 선언 이후 공개석상에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장 의원이 직접 주 원내대표를 직격한 것이다.

장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주 원내대표의 ‘애매한’ 발언과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만지작거리던 지난 2일 “저희도 국정조사를 배제하거나 안 하겠다는 말씀은 아니다”라거나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식의 말을 해서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대통령실과 결이 다른 듯한 말을 했다. 참사 이후 여권을 향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발언이 적절하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대통령실 주변에선 “듣기에 불편한 발언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왔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당시 야당 의원 질의 도중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웃기고 있네’ 필담을 주고받은 게 드러나 야당의 강한 반발을 샀고,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는 이들을 국감장에서 퇴장시켰다. 이튿날인 지난 9일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두 수석을 퇴장시킨 주 원내대표에게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소문이 돈 다음날인 10일 장 의원도 이 문제에 대한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사적인 필담으로 (회의장에서) 두 번을 일으켜 세워 사과시키고 벌을 준 것”이라며 “(10일) 아침에 내가 의원들이랑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 ‘우리 당원들이 모욕감 느낀 거 아니냐’,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한테 ‘소설 쓰시네’라고 까지 말했는데 사과를 했느냐”며 “협치는 좋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분출했다. 당내 ‘투톱’의 한 축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여권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 중심 잡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국민들께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회의장 주변에선 “정 위원장이 주 원내대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비공개 회의 때는 보다 직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대선 때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여당이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 못 하고, 장관도 지켜주지 못 하느냐”는 취지로 강승규·김은혜 수석을 퇴장시킨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의 발언 뒤 주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몸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이용 의원 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운영위에서는 두 수석을 퇴장시킬 만한 사유가 있었고, 사전 논의를 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얘기하면 외부로 나갈 수 있으니, 궁금한 사람은 언제든 찾아와서 물어봐달라”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석에선 더 강하게 주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복수의 친윤 그룹 의원들은 “아군과 적군도 구분 못 하는 행위”, “사적 필담에 너무 지나치게 야당 편을 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윤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가 당내 상황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심지어 전직 원내대표와 비교하기도 하더라”고 했다. 상임위원장 경험이 있는 중립적 입장의 중진 의원조차 “수분 동안 야당 의원들이 마이크 꺼진 채로 두 수석에게 항의하는 걸 주 위원장이 말리지 않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던 2020년 21대 국회 상반기 원구성 협상 때도 판단을 잘못해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민주당에 내줬고, 결국 우리는 피해만 보지 않았느냐”며 “이런 평판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주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승규·김은혜 수석 퇴장 조치는 두 사람과 미리 교감 하에 나온 것이었다”며 “(민주당에게 집중 공격을 받던) 두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 원내대표는 1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동남아 순방을 떠나는 윤 대통령을 배웅할 예정이다. 당내에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가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느냐가 앞으로 친윤계와 주 원내대표의 관계 설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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