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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도 손절…FTX 파산 위기에 코인시장 패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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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암호화폐 시장이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또다른 거래소 FTX 인수 계획을 하루 만에 철회하면서다. FTX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10일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 전보다 20%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바이낸스는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FTX에 유동성을 지원하려 했지만 기업 실사를 해보니 이 문제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FTX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FTX를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구속력 없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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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10일 “80억 달러(약 11조원)를 제공할 구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FTX는 파산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며 “FTX는 재정적인 부담 외에도 (고객 자금을 잘못 취급한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사를 받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거래 규모로 세계 2위권이었던 거물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린 건 자체 발행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몸집을 키운 구조가 드러나면서다. FTX는 FTT라는 토큰을 발행해 자매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줬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에서 빌린 FTT를 담보로 달러를 외부에서 빌린 뒤 그 돈을 FTX 거래소에 입금했다. 이 달러로 FTT 토큰을 사들여 가격을 띄웠고,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를 통해 얻은 차익으로 더 많은 대출과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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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T 가격이 폭락하면 FTX와 알라메다가 서로 ‘죽음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구조다. 지난 5월 발생한 루나 대폭락 사태에서 드러난 루나와 테라의 관계와 유사하다.

지난 2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의 비공개 대차대조표를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여기에 경쟁사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가 7일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를 전부 처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FTX의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FTX 사태는 암호화폐 업계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규제가 거의 없는 암호화폐 산업의 어떤 회사도 변동성을 겪을 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사태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비슷한 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X의 파산 위기에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오전 8시 1만5700달러까지 떨어진 뒤, 이날 오후 1만6000달러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이틀 사이에 20%가 빠졌다. JP모건은 “FTX발 위기로 비트코인 값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FTX는 규모가 큰 거래소지만 FTT는 과거 루나·테라처럼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은 토큰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 파장은 국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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