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용기 MBC 못타게 해…대통령 “국익 걸려” 편협 “언론탄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11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11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로 출국한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해 10일 “많은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는데,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자 여러분들께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MBC에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했다.

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외교 무대에서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음에도 반성은커녕 전용기에 언론사의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비속어를 보도한 데 대한 치졸한 보복 행정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가 9월 영·미 순방 당시 MBC가 비속어 논란을 촉발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국회 과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에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이 전용기에 탑승했던 걸 거론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동행하는 언론인은 안 된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예결위에서 “취재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다른 언론들 입장에서도 일종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 처벌의 두려움에 말·행동이 억압되는 현상)’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탑승 제한이지 취재를 제한한 적은 없다”며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 최소한의 취재 편의 제한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도 방어에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청와대에 기자들을 못 오게 한 사례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기자실에 대못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MBC의 ‘자막 조작’ 방송으로 국민은 혼란에 빠지고, 한·미 동맹 이간질로 국격도 훼손됐다”고 논평했다. 여당에선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홍준표 대구시장)는 말도 나왔다.

다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에 “제가 논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유’라는 두 글자가 가진 간결함과 무거움, 그리고 어려움”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통령실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막은 건 언론 자유를 명백히 탄압하는 것”이라며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전용기 이용 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한다.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특혜인 양 착각하는 건 대통령실의 부정확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역시 총회를 거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MBC 등 일부 매체는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