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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풀리자 고위험 음주↑…주 2차례 이상, 한번에 5잔 넘게

중앙일보

입력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음주 빈도와 음주량이 늘고 특히 집보다는 식당, 주점 등 음식점에서 주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HP2030 팩트시트’를 10일 공개했다. HP2030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범정부 계획이다. 현재 5차(2021~2030년)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팩트시트에는 금연·절주·영양 등 과제별 주요 현황 통계 등을 담았다.

음주 부문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감소했던 음주 수준이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국 성인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주 빈도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절반 이상(51.1%)이었다. 이들 대상으로 주 2차례 이상 음주하는 빈도를 물었더니 일상회복 전 26.8%에서 40.6%로 약 13.7% 포인트 증가했다. 10명 중 1명(10.8%)은 일주일에 네 차례 이상이라고 답했다.

술자리 이미지. 중앙포토.

술자리 이미지. 중앙포토.

음주량에도 변화가 있다고 답한 이들이 41.4%로 조사됐다. 이들 중 한 번의 술자리에서 5잔 이상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계적 일상회복 전후 50.2%에서 65.3%로 15.1% 포인트 늘었다. 주 2회 이상 폭음(술을 한번 마실 때 소주 1병이나 맥주 4병 이상)한다고 답한 사람은 15.6%에서 30.2%로 14.4%포인트 증가했다.

주로 술을 마시는 장소는 집 밖이었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주로 한다는 응답자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 55.7%에서 15.3%로 40.4% 포인트 줄었다. 반면 식당이나 카페, 주점이나 호프집 등 음식점에서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7명(71.2%)으로 이전 31.7%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직후에 이뤄진 것이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해제 등의 상황이 반영된 최근까지로 범위를 넓혀 다시 조사하면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을 거로 보인다. 실제 최근 술 약속이 잇따르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 김모(45)씨는 지난 8일 거래처와 저녁 자리를 가졌다. 1차로 막걸리를 마신 뒤 2차로 소주를 했다. 다음날인 9일에는 전 직장 동료를 만나 곱창을 안주로 소맥(소주+맥주)을 마셨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2차를 갔다. 닭발에 소주를 먹었다. 보통 일주일에 이렇게 2차례 이상 술자리가 있다. 김씨는 체질량지수(BMI)가 26.9로 비만에 속한다. 건강 관리가 신경 쓰이지만,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술자리 약속이 끊이질 않는다. 김씨는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벌써 내년 초 건강검진이 걱정”이라면서도 “연말연시 약속이 벌써 줄줄 잡히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모(50)씨도 이번 주 세 차례의 술자리가 예정돼 있다. 이씨는 올해 4월 25일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약속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일단 잡고 혹시나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면 그때 가서 연기하는 게 기본이 됐다"라며 "최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이후 약속이 많아져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비슷해졌다"고 했다.

건강증진개발원은 “금주구역을 홍보하고 주류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절주 실천을 위한 공익광고를 제작해 고위험 음주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알코올 등 중독정신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등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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