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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헤르손 철수"…우크라 "두고 봐야" 신중한 반응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의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E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의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EA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러시아군의 이번 후퇴를 전쟁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함정일 수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현지 TV 방송을 통해 "헤르손시(市)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드니프로 강 동쪽 건너편에 새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더는 헤르손에 보급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보고하자 철수를 명령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흐릿하게 처리된 우크라이나 영토 지도 앞 연단에 서서 이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파상공세' '요충지 점령에 따른 유지 부담' '잠재적인 홍수 위험성' 등을 설명했다.

이에 쇼이구 장관은 "당신의 결론에 동의한다"며 "철군 후 드니프로 강 서안에 있는 병력과 무기·장비를 안전하게 후송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헤르손은 흑해 연안으로 통하는 항구도시이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전쟁 초기인 지난 3월부터 이곳을 장악했으며, 지난 9월30일엔 자포리자·루한스크·도네츠크주와 함께 러시아 영토로 병합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헤르손주를 수복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펼쳐왔다. 헤르손주를 탈환한 뒤 여세를 몰아 크림반도까지 수복하겠다는 목표로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8일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 폭파 사건 이후 이 지역에 대한 보급품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러시아의 이번 철수 결정이 지난달부터 차근차근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곳에 배치된 2만~3만명 규모의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전면 철수하기까지는 수주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군대가 진짜 문제에 봉착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AP는 "러시아군이 헤르손시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지난 8개월간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최악의 패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앞서 지난 4월 수도 키이우 등 북부 지역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 9월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도 퇴각했다.

우크라이나군이 9일(현지시간) 헤르손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9일(현지시간) 헤르손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철군 발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기쁘지만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AP에 "현재까지 러시아가 도시를 완전히 떠났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발표가 허위 정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임명한 헤르손주 주지사인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도 주민들에게 "아직은 기뻐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철수 발표 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 지역 교량 5곳을 폭파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군사분석가인 올레그 즈다노프는 AP에 "러시아군의 철군 발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방어망을 뚫고 공격하기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그 틈을 타 매복해있던 러시아군이 도시 측면에서 일격을 가하려는 함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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