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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이어 무궁화호도 탈선…코레일에 '선로 보수' 맡겨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슈분석]

6일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 복구 현장. 연합뉴스

6일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 복구 현장. 연합뉴스

 지난 6일 저녁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의 원인이 선로 결함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무궁화호가 선로 분기부를 통과할 당시 이미 레일이 파손돼 있던 사실이 초동조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레일이 부서진 이유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만일 선로 유지보수의 문제로 결론 날 경우 코레일로선 7월에 발생한 SRT(수서고속철도) 탈선에 이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선로 정비를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와 코레일·철도업계 등에 따르면 탈선된 열차의 전방에 달린 CCTV를 확인한 결과, 사고구간에 진입하기 전에 이미 선로 분기부의 텅레일(tongue rail)이 부서진 사실이 발견됐다.

무궁화호가 탈선하기 전에 이미 텅레일이 파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무궁화호가 탈선하기 전에 이미 텅레일이 파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텅레일은 분기점에서 열차가 길을 바꿀 수 있도록 된 레일로 기본 레일에 붙였다 떼었다 하며 열차가 지나갈 선로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조사위는 사고열차 보다 4분 앞서 KTX가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텅레일이 파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파손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진 텡레일이 왜 부서졌는가 하는 점이다.

 조사위는 이미 텅레일에 미세한 균열이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경우 선로 정비를 담당하는 코레일이 제대로 텅레일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7월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일어난 SRT 탈선사고도 현재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폭염 등으로 인해 선로가 솟아오르고 휘어지는 '장출' 현상이 확인되면서 역시 유지보수 부실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 SRT 열차가 대전조창역 인근에서 탈선했다. 뉴스1

지난 7월 SRT 열차가 대전조창역 인근에서 탈선했다. 뉴스1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사고 구간과 동일한 텅레일을 전부 교체하고 점검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처지다.

 철도업계에선 허술한 선로정비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선로 유지보수의 주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철도 운영사가 유지보수를 맡는 데 따른 한계와 문제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유지보수가 철도 운영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처럼 운영사가 유지보수를 담당하면 유사시 비상조치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철도공단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건설을 담당한 곳에서 유지보수도 하면 더 효율적이고, 독립적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국토부와 국회 일각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 국토부는 현재 코레일에 위탁해놓은 관제업무도 정부에서 항공관제처럼 직접 담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RT 탈선 사고 현장에서 확인된 장출 현상. 사진 국토교통부

SRT 탈선 사고 현장에서 확인된 장출 현상. 사진 국토교통부

 물론 철도노조는 유지보수와 관제업무를 떼어내는 건 “철도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코레일의 유지보수 인력 상당수가 철도공단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유지보수 인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철도공단으로 업무가 이관되길 바라는 응답이 상당히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철도노조는 8000명 넘는 유지보수 인력이 빠지면 노조 세가 약화할 걸 우려해 반대하는 측면도 큰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과감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동을 방문했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9일 밤 귀국하자마자 철도사고 현장을 찾아 전면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장관은 “특별 점검과 감사를 통해 코레일에 대한 전면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꾸고 안전 철도로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힘겨루기가 얽혀있지만 결국 승객 안전에 최우선을 둔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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