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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베테랑 코치들의 귀환…롯데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이종운 롯데 2군 감독(가운데). 사진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롯데 2군 감독(가운데). 사진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21년 5월,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하면서 현장 리더십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코칭스태프 구성을 통해 드러났다. 기존의 국내 코치들이 대거 물러났고, 그 자리를 외국인 코치들이 대신했다. 서튼 감독을 옆에서 보좌할 수석코치로는 메이저리거 출신의 행크 콩거가 선임됐고, 리키마인홀드와 라이언 롱이 각각 수비와 타격을 책임졌다. 또, 제라드레어드가 배터리코치를, 로이스 링이 피칭 코디네이터를 맡으면서 1군 코치진 절반이 외국인 지도자로 채워졌다.

이는 야구계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여겨졌다. 과거 롯데를 비춰봤을 때 파격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구단의 첫 번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기(2008~2010년)에도 수석코치를 비롯해 주요 보직은 국내 지도자들에게 맡겼다. 재계약을 통해 사령탑에게 가장 많은 힘이 실린 2010년에도 1군과 2군 외국인 코치는 사실상 전무했다. 서튼 감독의 새 체제가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고 평가받은 이유다.

그러나 불과 1년 반 사이 거센 변화의 바람이 다시 롯데를 덮쳤다. 이런저런 이유로 외국인 지도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비우면서 코칭스태프가 재개편됐다. 먼저 콩거 코치가 올 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 트윈스 1루코치로 부임하며 메이저리그로 복귀했고, 뒤이어 마인홀드 코치가 개인사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또, 링 코치 역시 계약만료로 한국을 떠났다.

외국인 코치들의 연쇄 이탈로 다시 숙제를 안은 롯데. 이제는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성적까지 내야 하는 시점에서 내린 선택은 베테랑 코치들의 귀환이었다.

박흥식 롯데 수석코치(왼쪽)가 마무리캠프에서 추재현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박흥식 롯데 수석코치(왼쪽)가 마무리캠프에서 추재현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9일 내년 시즌 새 코칭스태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이종운 전 감독을 2군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8월 영입한 박흥식 2군 타격코치를 1군 수석코치로 승격한다고 발표했다. 또, 기존 전준호 2군 주루코치를 1군 외야수비로 영전시켰다.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컴백이다. 이종운 감독과 박흥식, 전준호 코치 그리고 기존의 김평호 1군 주루코치는 모두 1960년대생으로 1972년생의 서튼 감독보다 나이가 많다. 이는 최근 KBO리그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행보다. 사령탑들의 연차가 낮아지면서 코치들도 함께 어려지는 반면, 롯데는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들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코칭스태프의 평균 연령을 높였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선 어린 선수들이 많은 롯데가 경험이 많은 지도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기존 외국인 코치진의 한계를 인정하고,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평호 롯데 주루코치(오른쪽)와 황성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김평호 롯데 주루코치(오른쪽)와 황성빈.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부진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인 코치들과 국내 지도자 및 선수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포착되기도 했다. 구단 역시 이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고,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내년 시즌 롯데의 1군 코칭스태프 명단에서 외국인 지도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변화를 두고 서튼 감독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는 코치들이 대거 떠나면서 리더십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보다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베테랑 코치들의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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