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선심 쓰는 듯한 정치인들의 태도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 회장(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이 정치권의 기초연금 인상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40만원(현재 30만 7500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0만원 인상, 노인의 100%(지금은 70%) 지급, 부부 감액(20%) 폐지를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9일 미리 배포한 연금학회 정책세미나 '한국의 공적연금 지속 가능한가, 갈림길에 선 기초연금' 자료집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세미나는 11일 열린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장 이번에도 쓴소리 #윤 대통령,이재명 대표의 기초연금 인상안 비판
이 회장은 그동안 국민연금·기초연금 개혁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6월 연금학회·인구학회 세미나에서 차기 회장 자격으로 “현 연금제도가 일종의 폰지게임(다단계 금융사기의 일종) 같아서 후세대에 계속 부담을 전가한다”며 개혁에 미온적인 정치권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9일 자료집에서 "최근의 우리 정치권처럼 기초연금 정책을 가볍게 다루는 것은 정말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국가의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니 당장 혜택을 보는 노인 세대의 지지는 쉽게 얻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미래 세대의 어려움에 대해 심사숙고하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소한 (정치권이) 제시한 기초연금 대안을 시행할 때 장기적으로 재정이 어떻게 될지 추계해 그 결과를 먼저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합당한 절차가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회장은 "기초연금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험난한 과정들을 극복하며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경제를 발전시켜온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 몰락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떠오르는 게 저만의 기우일까요"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연금정책은 백년대계의 영역이다. 기초연금은 다른 연금제도와 함께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종합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11일 세미나에서는 연금제도 유지 발전의 원칙과 조건을 논의하면서 기초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김상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광주과학기술원 교수)은 미리 공개한 주제발표문에서 "기초연금이 정치화돼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고, 앞으로 포퓰리즘이 사라질지 알 수 없다"며 "기초연금의 노인 빈곤율 감소 효과가 6.7% 포인트에 불과해 20조원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 공약처럼 40만원으로 올리면 2060년 237조원이 필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의 3.7%(지금은 3%)로 올라간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제도를 통합해 최저소득보장제로 전환해 2025년 시행하자"며 "대신 지급대상을 노인의 50%(지금은 70%)로 축소하고 연금액을 최저생계비 수준(1인 가구 58만원)으로 올리면 빈곤율 개선 효과가 월등히 높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 대상 연령을 6년마다 한살씩 높여 67세나 68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면 2060년 한해 지출이 233조원(안 올리면 175원)으로 늘어난다"며 "대상자 선정기준을 노인의 70% 이하에서 일정 소득인정액으로 바꿔 대상자를 줄여나가되 취약층에게 더 지급하자"고 말했다.
11일 세미나에서는 기초연금을 두고 세대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20대에서 7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토론자가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