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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안와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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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안와(眼窩·orbit). ‘눈구멍’이라는 뜻의 해부학 용어다. 머리를 감싼 뼈 중에서 안구 주변의 커다랗게 패인 구멍을 의미한다. 전두골·누골·사골·구개골·상악골·접형골·협골 7종류의 뼈로 구성돼 있다. 안구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시신경·눈물기관·동맥·정맥 등이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와를 감싸는 뼈가 손상된 상태를 ‘안와골절’이라 부른다. 외부 물체에 의해 강하게 타격을 받았을 때 안와벽 중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은 하벽과 내벽이 부러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심할 경우 안구 함몰, 안면 감각 저하, 출혈,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비교적 생소한 해부학 용어가 널리 알려진 건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의 부상 때문이다. 지난 2일 손흥민은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가 다쳐 전반 24분 만에 교체됐다.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어깨에 안면을 부딪치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이후 정밀검진을 통해 안와골절 판정을 받았다. 총 4곳의 골절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수술을 받은 손흥민의 회복 상황은 일단 희망적이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카타르월드컵 출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 부상 전 경기력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과 전문의에 따르면 안와골절 부상자가 무리해서라도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최단 시점은 수술 후 3주부터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수술과 카타르월드컵 본선 한국 첫 경기(24일 우루과이전)의 간격이 정확히 3주다.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오를 수 있는 시점은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의 복귀를 기다리는 심정은 엇갈린다. 사실상 ‘손흥민의 팀’으로 준비한 월드컵인 만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뛰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축구 인생의 최전성기에 접어든 ‘한국 축구 보물’이 월드컵 무대를 휘젓는 모습을 보고픈 마음도 간절하다.

한편으론 무리해서 출전을 강행하다 부상이 악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 손흥민은 지난 수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해왔다. 어떤 방식으로든 ‘쉼표’가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두 마음이 어디 필자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