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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 민주주의보다 먹고사는 문제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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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0년 최악 인플레이션, 공화당 하원 탈환

상원에선 민주당이 선전, 힘의 균형 이뤄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이 유력하다. 9일 오전 8시 CNN 개표 기준으로 공화당은 199석을 얻어 과반까지 19석을 남겨둔 반면, 민주당은 178석에 그쳤다. 공화당 승리 시 4년 만의 하원 탈환이다. 공화당의 상·하원 싹쓸이, 이른바 ‘레드 웨이브’가 불 것이라던 관측과 달리 상원에선 공화·민주 양당이 팽팽하게 맞섰다.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컸다. 민주당은 ‘1·6 의회 난동’ 등 트럼프의 공화당이 훼손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여성 낙태권 인정 등을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국민은 ‘경제’와 ‘안전’에 마음을 더 기울였다. “중도 유권자 3분의 1과 민주당 지지자 일부가 미국의 정치보다 경제를 더 걱정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NYT)가 하원 선거에 투영됐다. 민주당이 주장한 ‘가치’가 40년 만의 기록적 인플레이션과 이민자 문제, 범죄 등 생존·생활의 문제를 넘어서진 못한 것이다. 고금리·고물가와 얼어붙은 자금시장 등 경제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은 상원에선 그나마 선전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판을 주도하자 ‘샤이 바이든’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분석이다. 결국 민주당이 독식하던 상·하원을 여야가 분점하는 힘의 균형이 이뤄진 셈이다.

상원 100석 중 35석, 하원 435석 전부, 주지사 36명을 뽑는 이 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2년 후 대선 풍향계다. 의회 권력, 특히 하원의 판세는 미국 외교·안보와 대외 경제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한국의 과제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라파엘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의 초반 우세에 기뻐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측과 달리 상원 선거에서 선전했다.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라파엘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의 초반 우세에 기뻐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측과 달리 상원 선거에서 선전했다. [연합뉴스]

대선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우선주의’는 더 거세질 것이다. 하원 패배로 국정 동력이 얼마간 떨어진 바이든의 민주당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보호무역론이 후퇴할 가능성은 작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미 강경 드라이브와 맞물려 미·중 갈등은 더 격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기술 패권 문제도 접점을 찾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가운데 북한 문제는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더 멀어지고, 대만 문제 악화로 한반도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공화당은 바이든의 ‘치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하지만 한국의 관심사인 보조금 항목보다 예산 등 다른 항목에 집중한다.

정부는 경제·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장·단기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 국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키즈’들이 고전했지만, 2024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