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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맨몸으로…한판 붙어보는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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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대한민국에서 팔씨름을 누가 제일 잘할까.’

지난달 25일 시작한 JTBC 예능 ‘오버 더 톱-맨즈 챔피언십’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팔씨름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쉽고 대중적인 놀이이자 게임이며 겨루기”라는 윤현준 CP(책임프로듀서)의 말처럼 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의 팔씨름 고수들이 몰려들었다. 일반부·학생부·운동선수부·연예셀럽부로 나뉘어 대결하는 방식으로 현재 한국 팔씨름 통합 랭킹 1위 지현민부터 연예계에서 소문난 강자인 배우 김재원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훅·탑롤…현란한 팔씨름 기술의 향연

JTBC ‘오버 더 톱’에서 팔 둘레만 21인치인 최인호(왼쪽)와 팔씨름 대결을 벌인 배우 김재원. [사진 각 방송사]

JTBC ‘오버 더 톱’에서 팔 둘레만 21인치인 최인호(왼쪽)와 팔씨름 대결을 벌인 배우 김재원. [사진 각 방송사]

1987년 개봉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제목을 따온 ‘오버 더 톱’은 팔씨름은 단순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순다. 손목을 안쪽으로 말아 갈고리 모양으로 상대방 손을 끌어당기는 훅이나 바깥으로 상대방의 손목을 꺾어 넘기는 탑롤 등 각종 기술이 난무하고, 선수들이 맞잡은 손이 풀려 슬립 아웃이 되면 스트랩을 묶고 재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이를 박진감 넘치게 담아내면서 웬만한 스포츠 중계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직 시청률(2.2%, 닐슨코리아)이 높진 않지만 2049 타깃 시청률은 2주 연속 종편 1위에 오르고, 유튜브에 공개된 1회 하이라이트 영상이 2주 만에 조회 수 160만회를 기록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채널A·채널S ‘천하제일장사’에서 맞붙은 야구팀 최준석(왼쪽)과 유도팀 김민수 선수. [사진 각 방송사]

채널A·채널S ‘천하제일장사’에서 맞붙은 야구팀 최준석(왼쪽)과 유도팀 김민수 선수. [사진 각 방송사]

건장한 남성들이 맨몸으로 맞붙어 힘을 겨루는 격투 예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채널A·채널S의 ‘천하제일장사’와 tvN스토리·ENA의 ‘씨름의 제왕’이 나란히 시작했다. KBS2 ‘씨름의 희열’(2019~2020)이 경량급 천하장사 대회 도전기를 통해 씨름의 부활을 알렸다면, 두 프로그램은 예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천하제일장사’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유도 선수 출신 김민수, 스포츠 트레이너 양치승 등을 앞세워 격투팀·유도팀·머슬팀 등 종목별로 나뉘어 씨름으로 승부를 펼친다. ‘씨름의 제왕’은 지난 9월 종영한 ‘씨름의 여왕’ 후속편으로 격투기 선수 김동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 모태범 등 20명이 경량급·중량급으로 나눠 대결을 벌이는 방식이다. 역시 ‘어떤 종목 출신이 더 힘이 셀까’ 혹은 ‘더 잘 싸울까’라는 질문을 토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스포츠 예능 강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2019년 시작한 JTBC ‘뭉쳐야 찬다’는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축구장뿐 아니라 예능 판으로 끌어들였고, 2021년 여자 축구로 바통을 이어받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얼마나 축구에 진심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지난 6월 시작한 JTBC ‘최강야구’ 역시 프로야구팀에 대적할 만한 구단을 꿈꾸는 최강 몬스터즈가 각종 야구팀과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로 야외에서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골프가 주목받자 SBS ‘편먹고 072’, TV조선 ‘골프왕’ 등 골프 예능이 쏟아져 나왔다. 방역 지침이 점차 완화되면서 가깝게 얼굴을 맞댈 수 있는 팔씨름·씨름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 달 시작되는 SBS ‘순정파이터’에 멘토로 출연하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과 추성훈. [사진 각 방송사]

다음 달 시작되는 SBS ‘순정파이터’에 멘토로 출연하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과 추성훈. [사진 각 방송사]

다음 달 방송 예정인 SBS ‘순정파이터’도 비슷한 맥락이다. 추성훈·김동현·정찬성·최두호 등 대한민국 격투기 톱4가 멘토로 나서 일반인 지원자 중 일인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형식이다. 최고의 스턴트 크루를 선발하는 tvN ‘슈퍼액션’도 20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채널A·ENA ‘강철부대’를 만든 강숙경 작가와 Mnet ‘쇼미더머니’의 조근애 작가, MBC 다큐멘터리팀의 장호기 PD가 의기투합해 내년 1월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피지컬: 100’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대중적 종목 아닌 경우 반향 적을 수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유튜브로 홈 트레이닝을 하고 바디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MZ세대 트렌드와도 맞물린 기획”이라고 짚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플랫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올 초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에 진입한 ‘솔로지옥’이나 15주 연속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한 ‘환승연애 2’ 같은 데이팅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높은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단 얘기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지상파나 종편 등 기존 방송국은 스포츠에 좀 더 방점을 둔다면 OTT는 심의 등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원초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새로 선보이는 종목들이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적인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골프 예능처럼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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